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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강유준은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김서아 대리는 강유준을 신랑감으로 점찍어둔다. 강유준도 서아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가지만 그 때 주위의 다른 여자들의 유혹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고양이 보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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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러 갈래 1화

대기업에 입사한 첫날부터 강유준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근무하게 된 섬유팀은 여성들이 주도하는 곳으로 유명했고, 팀장 역시 유명한 사람이었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하지만 강유준에게는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이 있었다. 여기 여직원들 외모가 상당히 괜찮다는 것. 승강기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마주했던 그녀, 김서아가 특히 매력적이었다. 큰 눈, 오뚝한 코, 깔끔한 피부,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라인, 무엇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그녀는 강유준보다 나이가 2살 위였다. 처음에는 김 대리님이라고 불렀는데 굉장히 어색했고, 그녀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가만히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외국 바이어로부터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누구한테 물을 사람이 없었는데 마침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남자인 데다 동갑이었다. 유창한 영어로 통화를 마친 이 남자의 이름은 유일성이었는데 자신이 하나님의 고유한 속성과 같은 이름이라면서 너스레를 떤 것을 본 적이 있다.

“앞으로 이런 전화 오면, 그냥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끊어 버려요.”

“네, 감사합니다.”

“잘생기셨네, 이름이?”

“네, 강유준이라고 합니다.”

“아! 강유준 씨! 얘기 들었어요.”

“네? 제 얘기를요?”

“네, 저하고 동갑인데 그냥 말 놓을까?”

“예? 그래도 선배님이신데.”

“아이, 우리 나이 이제 스물여섯 살인데 그럴 필요 뭐, 있어요. 저 여기 들어온 지 석 달도 안 됐어요.”

“아, 그럼, 뭐. 그런데 내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여기 여직원들, 수다를 얼마나 많이 떠는지 몰라? 너 새로 오고 나서 네가 어떨 것 같냐고 엄청 떠들었어.”

“정말?”

두 사람은 휴게실로 가는 중에 자판기 앞에 섰다.

“게다가 네가 잘생겨서 더 말이 많나 봐, 특히 그 김서아 씨라고, 알아?”

“알지.”

유준은 승강기 앞에서 봤던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을 잊지 않고 있었다.

“김서아 씨가 아니고, 김 대리님이지, 나도 온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말 했다가 상사한테 혼나니까 너도 조심해.”

“어, 고마워.”

“아무튼 김 대리님이 특히 네 얘기 많이 했어.”

“내 얘기를 왜?”

유준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네가 여자 친구 있는지 궁금하다고.”

헉! 유준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뻔했다. 첫날부터 매력적으로 느낀 여자가 호감을 느끼고 있다니!

“그런 건 왜?”

“그 여자 원래 그래.”

“뭐?”

“신입사원 올 때마다 여자 친구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일성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고, 미안, 김 대리님이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뜻이 아니야, 여자 친구가 있으면 뭐, 업무를 제대로 못 본다나, 아무튼 그 정도로 완벽주의자야.”

“여자 친구가 있는데 왜 업무를 제대로 못 봐?”

“나도 모르지, 다른 생각 한다는, 뭐, 그런 뜻 아니겠어?”

두 사람이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 다행히 다른 직원들이 오가는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이 점심 식사를 빨리 끝내고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유준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여기 여직원들한테 관심 갖지 마.”

“왜?”

“말이 좋아야 사내 커플이지. 여기 업무가 워낙 고되고,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일이 별로 안 일어나. 서로 안 잡아먹으면 다행이지.”

“너는 석 달밖에 안 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내가 아는 선배님들이 여기 좀 있거든. 미리 얘기 다 듣고 왔지. 그런데 너는 여기 어떻게 왔어? 누구 백으로 왔어?”

“백? 그런 거 없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진짜 없어?”

“진짜 없는데.”

“오, 그럼 실력 좀 되나 보네? 입사 PT도 무난히 통과했단 말이야? 엄청 깐깐한데. 김 대리님은 장난 아니었대.”

“어떻게?”

“전무님까지 완전히 휘어잡았다고 하더라. 얼마나 대단했으면 전무님이 업무 관련해서 물어보고, 고개까지 끄덕였대. 차장, 부장, 전부 다 질문하는데 기 싸움에서 전혀 안 밀리더라는 거야. 대단하지 않냐?”

“그랬구나.”

유준은 갑자기 서아라는 여자에게서 점점 감정이 멀어져 갔다. 그 정도로 빈틈없는 여자라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니까.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유준은 그저 하는 일 없이 사무실만 지키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불렀다. 김서아!

“저기요, 강유준 씨?”

“네, 대리님!”

“여자 친구 있어?”

이렇게 보니까 굉장히 도도해 보인다. 게다가 저 짧은 스커트까지. 아까부터 눈여겨봤는데 유준의 취향인 커피색 스타킹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색보다 커피색 스타킹만 보면 흥분이 되곤 한다.

그런데 서아는 유준이 대답도 하기 전에 먼저 “여자 친구하고 헤어져.”라고 말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유준은 눈만 깜빡였다.

“못 알아들어? 여자 친구하고 헤어지라고.”

혹시 몰라서 유준이 뒤를 돌아봤더니 다른 여직원들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실은 여직원 몇 명은 유준의 반응을 살피다가, 그가 뒤를 돌아보자, 바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저기, 전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의자에 앉은 서아가 몸을 우측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 짧은 스커트 아래로 보이는 커피색 스타킹이 그대로 드러났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만족감이 있었다. 유준은 자기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왜 저렇게 섹시하지? 게다가 다리를 예쁘게 꼬고 있으니.

“섬유팀은 다른 팀보다 아주 꼼꼼한 곳이야. 여기는 여직원들뿐이지만, 그만큼 일하는 데 있어서는 완벽하다고.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대리님.”

“가 봐.”

“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끝에 대리님을 붙여야지.”

“네, 대리님, 죄송합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대리님.”

“뭔데?”

“여직원들만 있는 여기 섬유팀에 남자인 제가 왜 발령받은 건가요?”

“그건 인사팀에 물어야지, 나한테 왜 물어?”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불안하네.”

“네?”

“그 정도도 모르고 있다는 건 뭔가 불안한데, 솔직히 말해 봐, 강유준 씨 백은 누구야?”

“저, 백 없는데요.”

“진짜?”

“진짜요, 입사 PT도 다 통과했습니다.”

“그래? 두고 보면 알겠지. 가 봐.”

여직원들이 모두 유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준이 자리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자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서아 역시 여직원들의 행동을 모두 보고 있었다. 유준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짜고짜 여자 친구와 헤어지자고 하는데 옆에 있는 여직원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유준은 그래서 여직원 중에 한 사람씩 공략하기로 했다. 이건 유준의 친누나 강미나의 조언이기도 했다.

“내 말 똑똑히 들어, 직원들끼리 친하게 지내려면 먼저 그중에 한 사람부터 만나봐. 그 사람하고 먼저 절대적으로 친해져 보라고. 알았지?”

누나는 유준과 어렸을 때부터 사이좋게 지내서 인생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만간 결혼할 예정인데 너무 늦었다면서 가족들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좋아, 그럼 누구부터 공략할까? 그래! 바로 저 여자야!

“안녕하세요! 저 강유준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김진아. 나이는 유준보다 한 살 위인데 아주 착하게 생겼다. 그래서 유준이 가장 먼저 점찍은 것이다.

“네, 안녕하세요.”

그녀가 막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을 때 인사하러 온 것이다.

“제가 뽑아 드릴게요, 선배님.”

“네, 그래요.”

유준은 그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난처한 표정이 자판기 유리를 통해 보였던 것이다. 왜 저러는 걸까? 후배가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주면 될 텐데. 남자라서 그런가?

유준이 커피를 건네자 진아가 미소를 짓는다. 내심 유준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저기, 선배님, 저한테 특별히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네? 무슨?”

“아, 말 놓으세요, 선배님.”

“아니에요, 제가 유준 씨보다 한 살 더 많지만, 그 정도는 그냥 친구로 지내도 되죠.”

‘친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진아가 당황한다. 마치 자기 입을 원망하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린다.

“혹시 저하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지시라도 있었나요?”

“아, 그런 게 아니고, 신입사원이니까 긴장감 좀 주라는 뜻이지,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고, 그래도 여기가 군대도 아닌데.”

“저기, 이 말, 내가 했다고 하지 말아요.”

“말씀하세요, 선배님.”

“김서아, 그러니까 김 대리님이 자기 노리고 있어, 조심해.”

“네? 그게 무슨 말씀?”

순간적으로 유준은 서아의 그 섹시한 각선미부터 떠올랐다. 왜 그렇게 그녀에게 끌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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