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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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여자친구
-몇 년 전.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는 비에 아나가 건네준 딸기 문양이 크게 그려진 민망하기 짝이 없는 우산을 윤강은 연신 흘끔거리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빠르게 걷고 있었다.
지잉-
윤강의 청바지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바로 옆집인 아나네 집에서 나온 지 채 2, 3분도 지나지 않았을 텐데 아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또 왜?”
-밖에 비 오잖아, 안 무서워?
우산을 든 손을 바꾸며 휴대폰을 어깨로 세게 눌러 받자 무언가 오물거리며 먹는 소리가 빗소리보다도 더 크게 들렸다.
“전혀. 근데 넌 뭘 또 먹어?”
-츄파춥스, 딸기우유 맛.
“이 밤에 단 거 먹으면 이 다 썩는다.”
윤강은 어린애 같다며 놀리며 혀를 찼다.
-오빠 그거 알아?
“또 무슨 이상한 소릴 하려고?”
아나의 조그마하고 볼록한 입술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다 엉뚱한 것들뿐이었다.
-내 친구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앞에서 뭐든 빨아먹으면 다 그 생각한다던데?
“뭐?”
역시나 윤강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이런 이상한 소리를 해대려고 헤어진 지 단 3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건 거였다.
-오빠도 그래? 내가 막 오빠 앞에서 사탕 먹고 그러면……!
“백아나!”
말도 안 되는 소릴 해대는 아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윤강이었다.
-피…. 아무튼 재미없게! 장난이거든!
아나의 뾰로통한 말투에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입술을 삐죽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줌마 늦으신대? 너는 안 무서워?”
아나를 처음 본 것은 아나가 여섯 살도 안 됐을 무렵이었고 나는 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런 꼬맹이가 무슨 소릴 해대도 그의 눈엔 천둥소리에 놀라 이불 속에 숨어버리는 어린 애 같아 보이기만 했다.
-내가 계속 무섭다고 그랬는데 오빠가 쌩까고 갔잖아!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니까….
“그게 말이 돼?”
-말이 안 되는 건 또 뭐야. 어릴 땐 자주 자고 갔으면서.
“어? 저거 무슨 차지?”
그때 집 앞에 도착한 윤강의 눈에 처음 보는 낯선 차 한 대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아나네 집에 가기 위해 나왔을 때는 보지 못한 차였다.
-뭐야, 말 돌리는 거야?
아나는 여전히 입안에 사탕을 굴리며 툴툴거렸다.
“그게 아니고 우리 집 주차장에 모르는 차가 서 있어서.”
-아줌마, 아저씨 손님 오셨나?
“너 그만 자. 내가 내일 전화할게.”
세워져 있는 차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미간을 구기며 바라보던 윤강이 주차장 쪽으로 다가갔다.
-에이, 끊지 말지!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는 아나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윤강은 전화를 끊었다. 우산 너머로 보이는 가로등을 올려다보자 거세게 곧은 비가 그대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가로등은 또 꺼져있네? 아빠는 이거 민원 좀 넣으라니까.’
주차장 앞 가로등은 언제나 제멋대로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윤강은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귓가를 울리는 시끄러운 빗소리와 우산도 소용없을 정도로 거세게 내리는 빗물이 시야를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와중에 마침 차가 눈에 띄게 흔들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조금 있으면 엄마도 오실 텐데…….”
안 되겠다 싶었던 윤강은 확인을 하기 위해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빨라진 걸음걸이에 빗물이 운동화에 튀었다.
탁-
그 순간 주차장 앞 가로등이 번쩍거리며 불이 켜졌고 눈이 부신 윤강은 팔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가렸다.
“깜짝아! 저 거지 같은 가로등! ……어?”
……엄마?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 위로 가로등 불빛이 켜지자 순간 차 안에 모습이 훤히 드러나고야 말았다. 낯선 차, 조수석에는 등이 훤히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그 품에 안겨있는 엄마……?
순식간에 윤강의 눈에는 제 엄마의 모습이 휘몰아치듯 들어왔다.
“하……!”
순간 엄마와 윤강의 눈이 마주쳐버렸다. 윤강은 그대로 우산을 바닥에 떨어트린 채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쳤다. 순간 당황한 얼굴로 허벅지 위에 남자를 밀어내며 차 문을 열고 엄마가 밖으로 나오려 하자 그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몇 년 후.
“강아, 윤강?”
“으흠….”
쉽사리 잠에서 깨지 않는지 윤강은 이불을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우리 강이 애기 같아, 너무 귀여워.”
여자는 그런 윤강이 귀엽다는 듯 맨몸으로 그의 등 뒤를 꼭 껴안았다. 그녀의 출렁거리는 가슴이 그의 단단한 등에 닿자 그의 허벅지 사이의 말랑했던 그것이 순간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설아야.”
잠에 잔뜩 적셔져 있었던 그의 목소리가 순간 명확해졌다.
“왜?”
큰 키와 육감적인 몸매와는 달리 요염스러운 콧소리를 내보이는 설아였다.
“내 위로 올라와.”
윤강이 몸을 돌리며 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단단하고 넓은 어깨와 보기 좋게 자리 잡은 근육들, 그것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닌 하얗고 말끔한 남자. 그림 같은 얼굴선 사이로 우뚝하게 솟은 콧대가 작은 얼굴에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남자가 자신의 남자친구라는 사실이 함께 침대에 누워있을 때마다 짜릿한 설아였다.
“또?”
설아의 쭉 길게 뻗은 입매가 슬며시 올라가며 애꿎은 그의 허리를 슬쩍 꼬집듯 비틀었다.
“올라와.”
“으흥.”
그의 팔뚝에 힘줄이 바짝 올라오며 그녀의 허리를 잡아 제 허벅지 위로 올렸다. 설아는 못이기는 척 그의 복근 위에 올라탔다. 불끈거리기 시작한 그의 페니스가 제집을 찾듯 축축해진 그녀의 구멍으로 향했다.
“으읏.”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페니스는 단숨에 그녀의 구멍 안으로 들어찼다.
“뻑뻑하니까 더 자극적이야, 하아….”
약간의 움직임에도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감상하듯 바라보며 그가 아래쪽에 힘을 주어 그녀를 튕기듯 허리를 움직였다.
퍼억- 퍽퍽-
“하응…. 아, 아핫…. 좋아! 강아 나 너무 좋아……!”
그녀의 은밀한 그곳은 그의 어떤 단단함에도 지칠 줄을 몰랐다. 큰 키와 까무잡잡한 피부, 굵고 어두운 머릿결, 덜렁거리며 휘둘리듯 흔들리는 젖가슴과 천박함 신음소리. 그 어느 것 하나도 윤강, 그의 취향인 것이 없었다.
야동을 보기 시작한 무렵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택해본 적 없는 설정의 여자임이 분명했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줄기차게 들이대는 선배며 동기들 그녀들의 유혹을 뿌리친 채 윤강은, 설아, 민설아를 선택했다.
“하읏! 좋아? 강아, 나 너무 좋지? 나 사랑하지?”
여자는 허리를 세차게 흔들어 대며 반짝이는 긴 손톱이 돋보이는 손바닥을 펼쳐 제 풍만한 가슴을 스스로 만져대며 허리를 앞뒤로 비벼댔다.
“으흥…. 나……나! 갈 거 같아!”
“하……아.”
그녀의 긴 머릿결이 그의 허벅지를 스칠 정도로 그녀의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뒤이어 윤강의 매력적인 입술 사이로도 얕은 신음이 토해져 나왔다. 절정의 끝에 도달하는 그 순간, 그의 눈에 쾌락에 흠뻑 취해버린 그녀의 얼굴이…….
“………!”
아나. 백아나의 얼굴과 겹쳐져 보였다.
탁-
놀란 그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아래에 있던 설아를 밀쳐내자, 침대 밑으로 넘어지듯 떨어진 설아가 원망 서린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흣! 강아…. 왜 이래?”
“아…. 미안…….”
당황한 얼굴로 윤강이 설아의 손을 잡아 올렸다. 하지만 그의 거친 손길에 침대 밑으로 떨어졌으면서도 설아는 소리까지 내며 웃어댔다.
“너……. 날 막 던지고 그러고 싶은 거야?”
“아니야….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미안해, 설아야.”
그의 짙은 눈매가 귀엽게 가라앉았다.
“괜찮아, 난 이런 것도 은근 좋은데?”
어째서 하필이면 그런 순간에……? 쾌락에 절정에 빠져 질척거리는 그것을 뿜어대던 순간 왜 꼬맹이 백아나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일까? 설마 내가 그 어린 꼬맹이와의 섹스를 꿈에서라도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 절대 그럴 리 없었다.
‘윤강….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나를…….’
15년을 넘게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꼬맹이가 벌써 대학이라니. 그것도 하필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 철썩 붙어버릴 건 뭐람…. 바로 다음 주로 다가온 그녀의 입학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탓이 분명했다.
‘맞아, 그거다. 그것 때문인 게 틀림없어.’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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