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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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키스해야 사는 여자
‘탁탁. 쩌걱쩌걱’
채 두 평이 되지 않을 이 공간은 지금 욕망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만이 가득 하다. 살갗이 밀리고 부딪치기를 반복하는 그 소리, 지금 남자는 자위를 하고 있다.
“흐윽”
붉게 달아오른 두 눈, 거칠게 뿜어져 나오는 숨소리. 남자의 오른손은 자신의 페니스를 움켜잡은 채로 앞뒤로 오가기만 할 뿐이다. 얼핏 보면 그저 일상적인 자위의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은밀해야 할 자위,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해야 할 그 일을 지켜보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혹시 남녀가 섹스 중 이벤트처럼 서로의 자위를 지켜보며 욕망을 끌어올리기라도 하는 걸까.
그러나 그러기엔 여자의 표정이 너무도 담담하다. 금세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욕망에 들뜬 남자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볼 뿐인 여자라니. 무엇보다 의아한 건 이 과정이 익숙한 듯 보인다는 점이다.
“하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렇게 하니까 잘 못 싸겠어. 지수야, 가슴 좀 보여주면 안 되니?”
“알잖아요. 오빠. 우리 가게는 노출 금지라는 거.”
“알지 알지. 그렇지만 이렇게만 하면 못 쌀 것 같은 걸.”
여자는 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저 과정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란 걸. 그렇지만 자신의 가슴을 내어놓는 것만으로도 그 과정이 더 단축될 것이란 사실 역시 잘 안다. 그닥 볼품없는 남자의 물건을 계속 보는 일은 자신으로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잖은가.
“다른 사람이라면 안 들어줬을 텐데. 오빠니까 하는 거야.”
“알지. 고마워.”
여자의 손이 드레스의 끈을 내린다. 그리고 드러나는 브래지어 역시 금세 아래로 떨어진다. 매끄럽고 뽀얀 여자의 가슴이 남자의 눈을 옭아매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예쁘다. 흐음.”
처음 자신의 가슴을 꺼내놓았던 날이 생각난다.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웠던지. 그러나 이젠 이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이 정도는 각오하고 벌인 일이었으니까.
‘찌걱찌걱, 탁탁탁.’
남자의 손놀림이 한층 빨라졌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여자의 가슴에 고정돼 있었고. 아마 저 행위는 얼마 가지 않을 것이다. 길어봐야 5분, 짧으면 금방이라도 정액을 토해놓을 것이란 사실을 여자는 너무도 잘 안다. 그러라고 가슴을 드러낸 거니까. 불과 30분전 멀쩡한 얼굴로 들어왔던 남자의 얼굴은 지금 욕망으로 물들어있다.
“허억.”
남자의 몸이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떨리기 시작한다. 사정이 시작될 거란 뜻이다. 여자는 남자가 어떤 몸짓을 보이면 사정을 하는지 여기서 일을 하면서 잘 알게 되었다. 바로 지금 이 남자가 하는 몸짓이 이어진다면 그건 곧 사정을 할 거라는 뜻이다.
‘찌익찌익’
힘없이 포물선을 그리는 하얀 물살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는 남자.
“좋았어요?”
질문을 건네는 여자의 목소리에는 단 한 점의 욕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으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게 말을 던진 여자는 탁자 위에 놓여진 물티슈 몇 장을 꺼내 그 남자의 물건을, 이제는 축 늘어진 그 물건을 닦아준다.
“흐음, 좋다.”
“역시 오빠 거는 대단해.”
“내가 한 물건 하기는 하지. 흐흐흐.”
사실 그리 대단할 것도 아닌 물건이다. 그럼에도 여자는 굳이 남자의 페니스가 크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왜냐고? 이래야 좋아하니까. 남자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자부심으로 사는 동물이란 걸 알게 된 이후, 만나는 모든 남자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있다.
“이런 걸 넣으면 얼마나 뿌듯할까.”
“왜 한번 넣어볼래? 말만 해.”
“그랬다가 큰 일 날지도 몰라. 호호호.”
여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남자는 가볍게 몸을 흔든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욕망 대신 포만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껏 치켜올린 여자의 말에 의기양양해하는 남자. 이럴 때 보면 정말 단순한 동물이 남자라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사실 넣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아. 그냥 네가 딸을 쳐주기만 해도 만족할 텐데.”
“알잖아요. 오빠. 우리 가게에선 핸잡 하면 안 되는 거. 그나마 오빠라서 이렇게라도 하게 해준 건데...”
“고마워. 그래도 니가 보고 있으니까 더 흥분이 되더라고. 보통 때라면 한참 더 걸렸을 건데 네가 가슴 안 보여줬으면 시간 지날 때까지 못 쌌을 거야. 오빠가 좀 오래 걸리는 타입이거든.”
“하긴 오빠는 정력 센 거 같아. 오빠랑 자는 여자는 좋겠어.”
“그러니까 생각해보라고. 담에 오빠랑 밖에서 만나자니까. 맛있는 거 사줄게.”
맛있는 거 사주고 대신에 자기는 더 맛있는 여자를 먹겠다는 거겠지. 참 속보이는 말이다. 그래도 여자는 웃는 얼굴로 답한다.
“지금은 안 되고. 조금 더 있다. 오빠처럼 오래 하는 사람이랑 하면 나 그날 뻗어서 가게도 못 나와. 그럼 사장님한테 완전 혼날 걸.”
“그렇기도 하겠다. 흐흐흐.”
도대체 남자들은 왜 시간에 목을 매는 것일까. 그게 1분이면 어떻고 또 10분이면 어떤가. 어차피 사정만 하면 행복해지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 그래도 이제는 안다. 남자들에게 지속시간은 일종의 자존심이라는 것을.
그래서 인터넷에는 ‘조루 치료에 획기적인’ 따위의 광고들이 판을 치는 것이겠지. 이럴 때는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이건 이 바닥, 아니 화류계라면 어디서나 용인되는 마케팅 기법인 셈이다.
“그렇다니까. 그래도 나도 흥분됐어. 보고 있으니까 나도 막 꼴렸다니까.”
“그것 봐. 그러니까 한번 하자고 그랬잖아. 그랬으면 오빠가 니 용돈 두둑하게 챙겨줬을텐데.”
“하고 싶긴 하지만 그랬다가 걸리면 나 쫓겨나. 오빤 나 더 안 보고 싶어?”
“그래서 참았잖아. 솔직히 여자 앞에 놔두고 자위한 건 처음이다. 다른 때라면 그냥 했어. 니 사정 봐서 이렇게 한 거니까 너도 고맙지?
”너무 고마워. 잘 참았으니까 이렇게 상으로 깨끗하게 닦아주잖아. 호호.“
말을 하면서도 여자의 눈은 방 위에 걸린 시계를 보고 있다. 여자가 방을 들어온 지 정확히 40분이 지났다. 이제 10분이면 이 방을 나갈 수 있다는 게 왠지 안심이 되는 순간이다.
”오빠 이제 시간 다 됐어.“
그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던 여자는 남자의 의중을 떠본다.
”조금 남은 거 아냐?“
소기의 목적을 마쳤음에도 남자의 태도는 녹록지가 않다. 이럴 때면 진저리가 난다. 어차피 할 건 다 했으면서 그 10분을 마저 채우려는 남자의 심뽀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 그래도 티는 내지 않는다. 어쨌든 그 남자가 자신의 시간을 산 건 50분이었으니까.
”글킨 한데, 나 다음 타임도 있어서. 조금 준비하고 하려면..“
“그래도 너 좀 더 보고 싶어서 그러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러다 남은 시간을 마저 채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여자는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이런 사람을 달래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니까. 더 이상 말을 잇는 대신 여자의 남자의 입술을 찾아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키스.
남자의 혀가 자신의 입속을 파고드는 건 으레 예상했던 일이다. 능숙하게 그 혀를 감싸안으며 남자의 남겨진 욕망을 달래준다. 그렇게 30여초가 지났을까. 여자는 비로소 남자의 혀를 토해낸다.
”역시.. 오빠 키스는 달콤해.“
”그렇지. 오빠가 키스 좀 하지. 에라 인심 썼다. 너 가서 좀 쉬어. 그리고...“
남자가 내동댕이쳐있던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만원짜리 두 장을 건넨다. 자신의 자위를 봐준 대가치고는 많지 않은 돈이지만 여자는 환한 표정으로 그의 감사를 챙긴다.
”오빠 감사해요.“
”담에 오면 더 많이 줄게. 대신 담에는 나 혼자 하지 않는 거다. 내 말 알지?“
”알았어. 담에는 같이 하자. 약속.“
남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여자보다 족히 스무살은 더 들어 보이는 남자지만 이럴 때 보면 여자가 훨씬 노련한 태도를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여자는 이런 남자를 수도 없이 보아왔으니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니네 키스방은 애들이 다 이뻐.”
“그렇지. 민영 언니도 그렇고 수아도 그렇지.”
“그래도 네가 제일 예뻐.”
“에이, 아니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
“내가 왜? 난 거짓말은 안 해.”
“호호, 거짓말이라도 듣기 좋다. 그런 의미에서 선물.”
‘쪽.’
여자가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지금까지 해온 키스보다 약한 것을 선물이라며 굳이 안기는 이유는 이젠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 여우, 알았어. 나가서 쉬어.”
“감사해요 오빠. 담에 또 와요.”
“그래. 바쁘긴 해도 널 보려면 와야지. 안녕.”
가볍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선다. 비로소 풀어지는 긴장. 그녀는 키스를 해야 돈을 버는 여자, 키스방 매니저다. 입술을 내주는 대신 지갑에 돈을 채우는 일, 그녀는 그렇게 산다.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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