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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복제인간 가사도우미가 등장한다. 남자 3호도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다. 난 남자 3호가 무사히 테스트에 통과하도록 하는 담당의다.

남자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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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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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_ 남자 3호>

“기사님, 조금만 서둘러주세요.”

택시 안에서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갑자기 박사님한테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도대체 지금 어디야?”

“네... 지금 택신데요... 가고 있어요.”

“이봐,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가 연구실 나가지 말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지금 회사 앞이에요. 바로 들어갈게요. 기사님, 여기서 세워 주세요.”

택시에서 내려 회사 정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투명하게 빛나는 대리석 바닥에 구두 뒷굽이 요란하게 소리를 울려댄다.

넓은 로비를 가로질러 보안 검색대 앞에 서서, 소지품을 X레이 검사대에 올려놓고 검색대를 지났다.

“아이고... 구두 소리 들으니, 오늘도 박사님이 갑자기 호출하셨나 보네요?”

“아... 네.”

경비가 검사대를 통과한 소지품을 나에게 챙겨주며 말한다.

“근데 아무리 바쁘셔도... 이건 좀...”

그가 자신의 앞머리를 가리킨다. 순간, 아차 싶어 내 앞머리를 만져보니, 헤어롤이 말아져 있다. 헤어롤을 빼서 주머니에 넣고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예뻐지질 거예요?”

“예?”

“그렇게 계속 예뻐지다간... 박사님한테 혼나실 거 같은데...”

“아, 맞다.”

난 가볍게 웃으며 목례를 한 후,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페셜 아이디카드를 갖다 댔다. 그러자 맨 아래 있는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한참을 지하로 내려가자 문이 열린다.

복도를 지나 내방 사무실로 들어와 옷걸이에 걸려있는 흰색 의사 가운을 걸쳐 입었다. 가운이 무릎 정도로 내려와 치마 스커트를 살짝 가린다. 거울을 보니 발갛게 양 볼이 홍조를 띠고 있다. 아까 헤어롤을 말고 있던 창피함이 가시지 않아선지, 아침부터 박사님의 불호령에 긴장해선지 모르지만, 퍼프로 몇 번 두드려도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머리도 아직 젖어있다. 머리를 말릴까 했지만 이럴 시간이 없다.

두 손을 올려 하나로 질끈 묶고 서둘러 내 방을 나와, 박사님의 사무실로 가니 문이 열려있다.

“어, 들어와!”

안으로 들어가니, 박사님이 인상을 쓰며 책상에 있는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박사가 모니터를 내게 반쯤 돌린다. CCTV 화면이 보인다.

“어제저녁이야.”

화면 속에 남자가 알몸으로 여자를 밀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보인다.

“3호, 자네 담당 아니야?”

“예...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은 어때요?”

“의무실에 누워있어. 빨리 가봐.”

“예...”

“이번이 세 번째야. 한 번 더 이런 일 있으면 폐기할 수도 있어!”

“예, 제가 더 신경 쓰겠습니다.”

난 박사님의 방문을 닫고 의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목에 걸려있는 아이디카드가 흔들거린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지는 3년 정도 됐다. 우리 회사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이다. <HD 바이오>라는 회산데, 1층은 전시관, 2, 3층은 공장, 나머지는 제품개발 부서와 마케팅, 영업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숟가락부터 침대까지 일상생활에 쓰이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근데... 사실 이것들은 눈속임용이다. 이런 제품들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주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짜는, 내가 일하고 있는 바로 이곳 일이다. 위로는 5층밖에 없는 건물이 지하로는 10층까지 있다. 철저히 비밀리에 유지되고 있는 이곳 지하 연구실은, 외부로부터 완벽히 은폐돼있어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다.

의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거야?”

“그게... 기억이 잘 안 나요...”

남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한다. 맑고 깨끗한 피부에 선하게 생긴 또렷한 눈, 오똑한 코와 부드러운 입술은 얼핏 아이돌의 누구와 닮았다. 큰 키의 핸섬한 이 남자가 내가 담당하고 있는 남자 3호다.

“어제 어디 계셨어요?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어...?”

그를 보고 있으면 가끔 이렇게 정신을 놓는다. 너무나 완벽한 외모가 사람을 잠시 멍하게 만든다.

“걸을 수 있지?”

“그럼요.”

“일단 하우스로 가서 얘기하자.”

“예.”

그가 침대에서 내려와 서니, 알몸이다. 몸은 운동으로 잘 다듬어져 군살 하나 없다. 적당히 붙은 가슴 근육 밑에 부드러운 식스팩이, 그리고 그 밑에... 그의 성기가 보인다.

“옷은? 안 입어?”

“아... 하우스에 있어요. 보시기 불편하면 이거라도 걸칠까요?”

그가 침대 이불을 허리에 감는다.

“아니야, 됐어. 바로 옆인데... 그냥 가자.”

“예.”

그가 이불을 다시 침대에 올리더니 잘 접어 정리한다. 정리하는 뒷모습에 탄력 있는 그의 엉덩이가 보인다.

그렇게 의무실을 나와 복도로 걷는데, 그가 나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낸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진다. 고개를 숙이니, 이번엔 그의 성기가 보인다. 단단한 근육의 허벅지와 반대로 부드러운 그의 성기가 걸을 때마다 좌우로 흔들거린다. 시선을 놓을 곳이 없어 정면을 주시했다.

하우스에 들어서자, 그가 옷을 챙겨 입는다. 옷이라고 해봐야 볼품없는 헐렁한 티와 바지가 전부다.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어.”

소파에 앉으니 그가 주방에서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잘 볶아진 원두 냄새가 난다. 하우스라 불리는 이곳은 실제 집이 아니라 남자 3호가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만든 모델 하우스다.

“여기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이제 제법 잘 만드네~”

머그잔 안에 우유 거품이 예쁘게 하트 모양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냥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는데...”

“아, 그럼 주세요.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아니야. 됐어. 그냥 마실게.”

부드러운 커피 향이 입안에 퍼진다.

“잠깐만요.”

그가 내게로 다가오더니 엄지로 가볍게 내 입술을 훔친다. 우유 거품이 묻었나 보다.

“수업은 잘 돼가?”

“네. 어제는 파스타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아, 말 나온 김에 이따 제가 만든 파스타 한번 드셔 보세요. 크림 파스탄데 맛이 기가 막혀요.”

그렇다. 우리 회사는 메이드, 즉 가사도우미를 만드는 회사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 3호도 그러한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 봐 좀 더 설명하자면, 일단 그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에이아이 로봇은 아니고, 최첨단 유전자 공학으로 만든 복제 인간이다.

복잡한 디엔에이 편집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고, 내가 왔을 때는 시판용이 개발된 상태였다.

난 제품 S클래스에 속하는 남자 3호 담당이다.

이러한 복제 인간의 개발은 처음엔 군사용으로 사용될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자, 지금은 개인용 맞춤 가사도우미로 용도가 변경됐다.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단체 때문에 아직은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그렇지만 곧 있으면 정부에서 승인이 날 거라고 회사는 믿고 있다.

지금은 성질 급한 일부 돈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비밀리에 복제 인간을 산다.

복제 인간의 지능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감성은 아이의 그것처럼 순수하다. 그저 인간이 시키면 무조건 복종한다. 그러면서도 신체적인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외모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또... 사타구니 사이에 있는...

“아, 제가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작곡한 곡이 있는데 들어 보실래요?”

그가 일어나 피아노 쪽으로 가려 하자, 난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젯밤엔 왜 그런 거야?”

그가 잠시 말이 없다.

“정말 기억이 안 난다니까요.”

그가 시무룩하게 멈춰 선다.

거짓말일 리 없다. 남자 3호는 거짓말을 못 한다. 거짓말은 일시적으로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결국 거짓말은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우리 뇌에는 편도체라는 곳이 있는데 본능적인 호불호, 정서 조절, 특히나 공포학습 또는 공포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이곳을 조작하면 공포를 못 느껴 두려움 없이 전쟁터에서 싸움을 할 수 있다. 두려움이 없으니 당연히 거짓말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신피질을 조작함으로써 자아에 대한 개념을 갖지 못하게 한다. 자아가 있으면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

아, 좀 어려운 얘기를 한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디엔에이 조작과 유전자 공학으로 인간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는, 절대복종의 새로운 노예를 만들어낸 것이다.

“저... 이러다 폐기 되는 건가요?”

모든 복제 인간이 전부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잘 만들어졌다 해도, 가사도우미 훈련을 하는 중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폐기한다. 이렇게 하는 게 고객에게 팔리고 문제가 생겨 컴플레인이 들어오는 것보다 손실이 적다.

내가 전에 맡았던 1호도 이런 이유로 폐기됐다.

“아니야, 일시적인 현상일 거야.”

이렇게 발작을 하고 기억을 잃기 시작한 건 2주 전부터다.

난 남자 3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다.

내 사무실에서 그와 상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탠드 조명이 깜박거렸다. 이리저리 살펴도 통 모르겠기에, 혹시 몰라 그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그때 그가 전구를 빼서 안을 살피다가 그만 감전이 된 것이다. 잠시 기절한 후 눈을 떴고, 그때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만약 남자 3호가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원인은 나 때문이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 이런 사실을 보고 하지는 않았었다.

“어제일 기억나는 데까지 얘기해봐.”

“어젯밤... 성교육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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