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 교정 센터 - 1

진환

이곳은 뜨겁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공기 아래 촬영 세트장 한가운데에서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맨살을 섞고 있었다. 두 사람을 둘러싼 몇 대의 카메라와 사람들이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완벽한 성인 비디오 촬영 현장의 모습이었다. 딱 두 가지만 빼고…. 하나는 여배우였고, 다른 하나는 감독이었다. 여배우의 얼굴과 몸은 꼭 나무 인형같이 뻣뻣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감독은 갑갑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컷! 그만. 다들 멈춰.」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메라맨들과 성인 비디오 배우들의 시선이 감독을 향했다. 남자 배우는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아야카로부터 뽑아낸 뒤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아야카는 두 손으로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감독은 자신의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린 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됐다.

「오늘 촬영, 아니 이번 촬영 아예 접을 거니까 다들 정리하고 나가. 아야카만 빼고.」

「촬영을 아예 접으신다고요? 아니,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감독 바로 옆에 있는 카메라맨 하나가 난처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그럼 이 촬영을 계속하겠다 이거야? 너도 찍으면서 봤을 거 아냐? 여태 네 카메라에 찍힌 모습들이 성인 비디오로 팔기 적합한 것 같아? 솔직히 말하자고. 내 눈에는 저 근육 빵빵한 남자 한 놈이 예쁜 여자 인형 끌어안고 땀 흘리면서 끙끙대는 걸로밖에 안 보여. 재미없다고.」

「…….」

「다들 정리하고 나가. 너희들 보수는 내가 사비로라도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감독의 말에 카메라맨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 남자 배우가 감독에게 물었다.

「가… 감독님! 그럼 제 촬영비도….」

「너도 걱정 마! 남자 배우 몸값 해봐야 얼마나 한다고….」

「감사합니다! 감독님.」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 배우가 반색하며 그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돈 걱정 해결됐으면 다들 나가. 난 아야카랑 둘이서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감독이 다시 한번 눈썹 사이를 구기며 여자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곧 나머지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챙길 것을 챙긴 뒤 감독에게 한 번 더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갔다. 방금까지 뜨겁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흐르고 있던 그 촬영 현장에는 이제 차갑고 적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접혀 있는 얇은 담요 같은 걸 여자 배우에게 건넸다. 그녀는 서둘러 담요를 펼쳐 몸에 둘렀다. 감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야카. 이번 작품이 아야카 몇 번째 작품이지?」

「아마… 여섯 번째일걸요?」

「…그래.」

「죄송합니다.」

감독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감독 바로 앞에 있는 여자 배우의 이름은 호시노 아야카. 그녀는 1년 6개월 전 많은 기대를 모으며 성인 비디오 배우로 데뷔했다. 당연히 예쁜 얼굴과 말도 안 되는 몸매를 지닌 그녀는 첫 번째 작품에서 대박을 쳤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베드 신 내내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짓고, 목석처럼 어색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그녀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작품들의 인기는 떨어져갔고, 이번 또한 크게 다른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이 감독이 촬영을 멈춘 이유였다.

「죄송하긴 뭘 또 죄송해. 애초에 아야카는 섹스를 하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거잖아.」

짧은 침묵이 끝날 때쯤 감독이 다시 한번 천천히 입을 열고 그녀에게 말했다.

「네?! 가… 감독님이 그걸 어떻게….」

「그러니까 느끼는 척 연기도 못하겠지. 느낀다는 게 뭔지 알아야 연기라도 해볼 거 아냐!」

「…….」

그녀는 정곡을 찔린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감독은 픽하고 웃으며 와이셔츠 앞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그 안에서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꺼내더니 곧 그것을 펼쳐 그녀에게 건넸다.

「자, 이거 받아.」

「이게 뭔데요?」

「한 번 읽어봐.」

아야카의 두 눈이 메모가 적힌 그 종이로 향했다. 메모에는 ‘에스 교정 센터’라고 적힌 여섯 글자와 함께 그곳의 주소와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그녀가 다 읽을 때쯤 감독이 입을 열었다.

「주소랑 연락처 봤지? 한국에 있는 곳이야. 그 에스 교정 센터라는 곳에 일단 가 봐. 가서 내 소개로 왔다고 해. 내가 미리 연락해 놓을 테니 그 이후로는 거기 원장이 다 알아서 할 거야.」

「…….」

그녀는 여전히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이 없었다. 감독이 다시 입을 뗐다.

「소속사랑 제작사엔 내가 잘 말해둘게. 그러니까 몇 달 그곳에서 머물면서 달라져서 와.」

계속 입을 닫고 있던 그녀가 마침내 천천히 입을 떼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에스 교정 센터가 뭐 하는 곳인가요?」

감독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야카한테 섹스를 하다가 느낀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줄 곳….」

섹스하다가 느낀다는 것은 오르가즘을 의미했다. 오르가즘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아야카와는 거리가 먼 단어였다. 그녀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대단한 곳이네요.」

「아야카. 못 믿는 표정인데? 흠…. 좋아. 나 야마다 오오카이가 감독으로서의 모든 커리어와 명예를 걸고 약속할게. 아야카가 그곳까지 가서 최선을 다하고 왔는데도 성과가 없으면 당장 감독 같은 거 때려치우지. 모든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는 거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오오카이 감독의 눈은 어느새 확신으로 차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인가요?」

「당연하지! 그곳엔 전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