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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대담하게 한낮의 공원에서 자위 중인 저 여자가 누구인지.˝분명 옆집의...˝

그 부부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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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아~ 냄새 좋다.”

내가 퇴근 후, 집으로 들어오며 제일 먼저 한 말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직후, 아내가 준비하는 요리의 냄새를 맡는 것은 정말 기분 좋았다.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는 아내.

나를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나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이 행복했다.

혼자 살았던 때에는 피곤한 몸으로 요리할 기운도 없었고, 나는 음식을 배달해 먹거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 허겁지겁 먹은 뒤, 간단하게 뒷정리를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었다.

하지만, 아내가 있는 지금은 달랐다.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따뜻한 온기와 맛있는 냄새가 나를 반겨주었다.

“...”

내가 현관에서 말을 꺼내며 인기척을 내니, 부엌에서 나의 아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영화에서 나올법한 방식으로, 그녀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아내의 옆모습이 완전히 보이게 되었을 때, 내 아내는 요리하려 집어 들었던 칼을 도마 위로 내려놓았고, 언제 준비해 놓았는지 모를, 식탁 위에 놓여있는 볼펜을 꾹 쥐고서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누구야? 그 여자.”

아내의 목소리는 상당히 낮게 깔려있었다.

그녀는 한쪽 손에는 볼펜이 마치 칼처럼 쥐어져 있었고, 그것으로 나를 협박하려는 듯 손을 천천히 흔들었다.

살짝 아래로 숙여진 그녀의 고개.

숙인 얼굴 속, 그녀의 치켜뜬 눈.

“누구냐고.”

그리고 꼬물거리는 입술에서 나오는 낮은 목소리.

남편의 불륜 현장을 이미 본 듯한 아내의 반응이었다.

“...”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내는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개를 옆으로 까딱 기울이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말했다.

“누구냐고... 묻고 있잖아.”

그녀의 그 모습을 본 나는 딱히 리액션 하기도 귀찮았기에, 삐뚤어진 그녀의 얼굴 위로 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내 입술 끝으로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닿게 하였다.

“...”

“...”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히힛!”

이내 아내는 피식 소리 내어 웃었고, 자신의 눈 밑 애교살을 올려 눈웃음 지어주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귀엽게 삐죽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용서해 줄게.”

“뭘 용서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이히힛!”

그녀는 내 말에 빙그레 웃음 지으며 한 번 더 입맞춤해달라는 것인지 입을 한껏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에휴...”

나는 한숨을 쉬며 그녀의 입술에 또다시 내 입술을 맞추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한마디 꺼냈다.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 재미없어.”

“아하하! 난 재미있는데?”

내 아내는 나보다 한 살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부를 때 ‘채린아.’라며 반말로 부르고, 그녀 역시 그것이 마음에 드는지 내 반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녀는 나보다 연장자면서 쓸데없는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대상은 자신보다 어린 나.

그녀는 항상 무언가 하고 싶은 장난이 생각날 때마다 나에게 다가와 장난을 치곤한다.

“장난칠 거면 좀 더 정상적인 걸로 해.”

“칼은 장난이라도 위험할 것 같아서 일부러 볼펜으로 해줬잖아.”

아내는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조금 더 세게 말을 꺼냈다.

“... 이런 건 재미없으니까 하지를 마.”

“싫은데? 임우가 약 올라 하는 모습이 재미있으니까 또 할 건데?”

“...”

약 올라?

약이 오르는 게 아니라 짜증 내고 있는 거겠지.

애초에 그녀는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행동에 짜증 내는 내 모습을 재미있어하는 듯 보였다.

솔직히, 그녀의 기분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혼자서 몇 시간 동안 나를 기다린 그녀는 많이 심심했을 것이다.

내가 없는 이 집은 아주 조용할 것이었다.

내가 집안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렇게나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며 낄낄 웃는 것을 보니, 많이 외로워 보인 듯했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채린이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이 쓸쓸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녀가 이상한 장난을 치면서도 나와 웃고 같이 놀고 싶어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왕 장난을 칠 거면 조금 더 유쾌한 것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임우, 삐졌어?”

그녀는 유쾌하게 웃으며 어린 동생이 별것도 아닌 것에 삐쳤다는 듯, 약 올리는 말투로 입을 놀렸다.

“...”

나를 약 올리는 듯 보이는 그녀의 머리 위로, 나는 손을 살며시 올려놓았고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히힛!”

내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자, 그녀의 입에서는 기쁘다는 듯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수록, 그녀의 머리에서는 달콤한 그녀의 냄새와 함께 샴푸 향이 강하게 피어올랐다.

“...”

어차피 내일, 나 역시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기에, 무서웠던 그녀의 장난은 여기서 용서해 주기로 했다.

다음날.

“그럼, 나 나갈게.”

“잘 다녀와!”

평소와 같은 출근 전, 현관의 모습.

나를 위해 앙증맞게 손을 흔들며, 힘내라는 듯 얼굴에는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린이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오늘 그녀를 위해 휴가를 냈다는 사실을.

나는 항상 나에게 장난치는 그녀에게 복수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휴가인 오늘, 일부러 출근하는 척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채린이에게 ‘이른 퇴근’을 한 뒤, 회사에서 해고당했다며 그녀를 놀릴 생각이었다.

유쾌한 장난이 아닌, 무섭고 이상한 장난만 치는 그녀를 향한 내 소심한 복수였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짓누르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쓸어내린 다음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온 나는, 느린 걸음으로 밖에 나왔다.

이대로 건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집으로 쏙 들어가려고 생각했었지만, 그녀는 분명, 내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베란다에서 내 뒷모습을 뚫어지라 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빠져나온 뒤, 바로 뒤를 돌아 내가 사는 집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뒤돌아보자 기분 좋은 듯, ‘여기야!’라는 분위기로 채린이 창문 속에서 손을 크게 흔들었다.

“들어가서 쉬고 있지, 뭘 굳이 창문까지 나와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나를 향해 손을 휙휙 흔들고 있는 그녀에게, 나도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주었다.

그녀의 격렬한 인사를 뒤로하고, 나는 우리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원까지 걸어 나왔다.

그녀를 완전히 속이기 위해서는 이 아파트를 완전히 벗어날 필요가 있었고, 나는 아내가 상상도 못할 때에 갑작스럽게 들어가 그녀를 놀라게 하려고 했기에, 잠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공원의 벤치.

쉬고 있기에는 딱 좋았지만, 다른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아주머니들의 눈에 띄었다.

“...”

나는 왠지, 직장으로 바로 가지도 않으면서 아내에게 쫓겨나 잠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듯, 내 모습이 처량하게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여 공원의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에는 아이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니, 공원의 구석에서 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서 조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내는 소리.

지금 내 입에서는 그 소리가 튀어나왔다.

의식해서 낸 소리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무언가 이상해서,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되어 낸 소리였다.

“분명 옆집의...”

나는 잠시 숨어있기 위해 공원의 구석까지 걸어왔고, 그곳에서 한 여성이 자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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