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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은 여관의 여주인이 이렇게 섹시할 인인가 도대체 밤마다 손님이랑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여주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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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차가운 바람이 용우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린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었다. 매서운 바람을 타고 그는 한강대교 위를 걷고 있었다. 가족들에게는 출근한다고 한 뒤 밖에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와 같은 사람들이 언제나 그렇듯 한강을 찾았다. 물론 딱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한강대교 위에 올라와 보니 여러 가지 잔상들이 그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았다. 이제 9시가 넘으면 은행과 채무자들에게서 전화가 빗발칠 것이었다. 용우는 이제 그것들에 대한 두려움마저 잊은 상태였다.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아침햇살이 더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용우는 밝게 빛나고 있는 그 햇살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래, 저 햇살을 따라가 보자.”

용우는 다리를 넘어 빛나는 햇살을 따라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리를 넘어 저 강을 넘는다면 그가 실패한 사업도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삐리링”

용우가 난간에 몸을 기대던 찰나 갑자기 핸드폰에서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그가 오랫동안 거래하던 여행사에서 온 문자였다. 물론 사업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고 여행 관련 홍보 문자였다.

“송주 혜수장 온천 투어?”

송주 지역에 온천이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투어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할 줄은 전혀 몰랐다. 문자에 딸려온 몇 가지 사진을 보자 용우는 다리 난간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에게 이곳으로 떠나라고 하는 일종의 게시 같기도 했다.

하얀 눈에 둘러싸인 이국적인 풍경의 온천들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풍겨 났다. 특히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야외 온천들이 더 특이하게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과 나무들의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리는 온천 그리고 오래된 한옥 건물들이 왠지 모르게 용우의 마음을 더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래, 여기 가서 끝내자.”

아마도 그가 송주를 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

무작정 나선 길이었지만 용우의 발걸음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사업차 전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유독 송주 지역에는 갈 일이 없었다. 온천의 시즌인 겨울이지만 웬일인지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가 않았다. 아직 온천 지역으로는 그리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눈으로 뒤덮인 산과 나무들로 가득한 송주의 풍광은 한겨울이 될수록 더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겨울에 여행을 오게 마련이다. 적은 수이기는 했지만 송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몇몇 개인 혹은 소규모의 관광객들이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용우는 그 모든 즐거움을 마다하고 한 여관 방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방 밖을 나서지 않은 채 벌써 3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 방에는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소주병과 과자봉지들이 가득했다. 핸드폰은 전원이 나가 침대 구석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다. 눈을 뜬 용우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거추장스러웠다. 이곳의 햇빛을 보며 삶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용우였지만 이제는 햇빛 한 줄기마저도 꼴 보기 싫어졌다. 낯에도 커튼을 치고 어두운 공간을 만들어 술을 마시는 용우에게는 더 이상 삶을 지속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네, 내가 여기 있는걸 알 사람은 없는데.’

노크 소리는 계속 들렸다. 한두 번 하고 반응이 없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끈덕지게 두드리는 바람에 용우는 두려움이 앞섰다. 혹시 누가 경찰에 신고한 것은 아닐까? 여관 주인들은 눈치가 빨라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미리 알아본다던데, 용우는 난처한 모양새로 서울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손님~, 아침 드세요.”

차분하고 낮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젊은 20대 처녀의 목소리 같았지만 아이를 달래는 노련한 엄마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용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나지 않았다. 용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밥을 먹지 않겠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그는 그렇게 모든 상황이 조용하게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용우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맑고 큰 눈을 가진 여자였다. 눈망울에는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묶어 올린 머리카락이 살짝살짝 흩어져 내렸다. 분명 바쁘게 아침을 준비하느라 머리를 제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용우는 생각했다. 용우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내린 그녀의 매끈한 얼굴로 손을 가져다 대려 했다. 흩어져 내린 머릿결을 쓸어 올려주고 싶었다.

‘아차...’

용우는 올리려던 손을 멈췄다. 여자의 눈이 조금 더 휘둥그레졌다. 낯선 남자의 손길이 와닿는 것은 분명 그녀에게도 부담이었을 터.

“아침... 드시겠어요?”

그녀는 다시 한번 용우에게 물었다. 용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밥을 먹을 기분도 아니었고 낯선 여자에게서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네.”

용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긴장에 가득 차 있던 여자의 눈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누군가가 그에게 그런 웃음을 지어보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언제였을까? 대학교 때 여자친구 아니면 초등학교 때 소꿉친구?

“들어가도 될까요?”

“네, 아니 아직 들어오시면 안 되는...”

용우는 부리나케 방으로 들어가 널브러져 있는 소주병과 컵라면, 과자들을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새 여자는 방으로 들어와 탁자에 식사를 놓고 함께 주변을 치웠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인걸요.”

여자는 씨익 웃으면서 주변에 널려져 있는 쓰레기들을 치웠다. 용우는 자기가 널려놓은 소주병과 쓰레기를 치우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아니, 제가 치울게요. 제가 어지럽혀 놓은 건데.”

“아니에요. 어차피 나중에 제가 치울 건데요. 머.”

용우는 말렸지만 그녀는 자신이 치울 것이라며 한사코 그의 만류를 거절했다. 그렇게 작은 실랑이를 하다 그만.

“아앗!”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소주병이 떨어졌다. 깨진 소주병 조각이 그녀의 발가락을 스쳤다. 빨간 피가 상처 사이로 흘러나왔다.

“안 돼요!”

용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깨진 소주병 파편 옆으로 밀어냈다.

“괜찮아요. 살짝 스친 것뿐이에요.”

“괜찮기는요! 지금 피가 나잖아요!”

“아니에요. 이건 제가 지혈하면 되요.”

“글쎄 안 된다구요! 내 말 들어요. 좀!”

거칠게 소리를 지르던 용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파편에서 멀리 떨어뜨리려 침대 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용우의 완력에 밀려 용우와 그녀 둘 다 그만 침대에 함께 엎어졌다.

물컹한 그녀의 가슴이 용우의 몸에 와닿았다. 그녀의 위에 올라타게 된 용우는 부드러운 여체가 몸에 와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 역시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려진 채 어찌해야 할 줄 몰라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게 된다면 두 남녀는 그대로 함께 할 수 있었다.

용우의 얼굴이 점점 더 그녀에게 다가갈 때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요. 아직...”

그녀가 용우를 살짝 밀어내자 용우는 더 다가갈 수 없었다. 물론 더 밀어붙였다면 그녀도 용우의 애절함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용우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용우는 왠지 모르게 덜컥 겁이 났다.

용우는 몸을 돌려 침대 옆에 놓여있던 수건을 집었다. 그리고 피가 흘러나오는 그녀의 왼쪽 발가락을 감쌌다.

“됐어요. 내려가서 치료하면 돼요.”

“가만있어요. 이렇게 피 흘리면서 내려가려고요?”

조금은 강압적인 용우의 말에 그녀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용우는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계속 눌렀다. 그녀는 자신의 발가락을 정성스럽게 지혈하는 용우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피가 잘 안 멈추네.”

용우는 신속하게 가방에서 흰 티셔츠를 꺼내 북북 찢었다. 상처 부위의 피가 어느 정도 멈춘 것을 확인하고는 찢어 놓은 티셔츠로 다친 엄지발가락을 살살 감았다.

“이건 임시로 해놓은 거예요. 내려가서 얼른 소독하고 연고 바른 뒤에 붕대 같은 것으로 감아요. 아니면 병원에...”

용우는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이미 용우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용우는 자신의 가슴이 거세게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은 용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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