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유부녀 최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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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최면 테스트 - 1
고깃집 알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였지만, 일 자체는 가볍지 않았다.
그저 고기나 건네주고 주문한 음료나 들고 가면 될 줄 알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차라리 더 편한 알바를 구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언제까지 알바로 생활하려는 거니?’
김현수.
스물아홉 살.
주변의 몇몇 친구들은 취직하여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는 하지만 모든 친구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매일 다른 사람과 만나 술을 마시고 노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 녀석들과 비교해 보면 나는 알바까지 하는 거니 괜찮은 거 아닌가?
그러니 나도 조금은 더 여유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실 내심 두렵기도 했다.
몇 달 전에는 3년을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었다.
취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자친구는 나와 사귄 지 1년 뒤 바로 취직을 했었다.
데이트 비용도 대부분 그녀가 지급했었다.
그리고 헤어지는 그 전날까지 그녀는 나를 응원해 주었지만, 게으르고 책임감이 없는 모습에 질렸다며, 그녀는 떠나갔다.
내 집에서 월세 걱정 없이 살고 있었던 주제에….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산 집은 아니었다.
나름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건 부모님이 전세로 구해준 곳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 내 도움을 받고 있었던 건 사실이니 조금만 더 나에게 기회를 줘도 괜찮지 않았는가.
아니, 이런 생각을 해서 뭐해.
이미 지나간 일인데.
세상에 여자는 많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으로 눈을 돌렸다.
“...”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여성.
그녀는 나보다 네 살이나 어렸고, 이 알바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었다.
나는, 새로운 기회를 위해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이라 위로하며, 이때다 싶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늘 바빠?”
“... 네?”
“알바 끝나고 뭐 하냐?”
“...”
영 반응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다.
“같이 술 마시지 않을래? 오빠가 사줄 테니 돈은 걱정하지 말고.”
실제 내가 모은 돈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없는 티를 내면 이 약속 자체가 성사되기 힘들겠지.
일이 잘 풀려서 얘를 따먹을 수 있다면 술값이야 얼마가 나오든 상관없지 않아?
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에이, 그러지 말고. 누구랑 만나는데? 걔랑 꼭 오늘 만나야 해?”
내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로 올라갔다.
움찔.
그녀의 몸이 살며시 떨리는 게 내 손으로 전해졌다.
여자친구에게 하던 습관적인 행동을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하고 말았다.
그녀의 옷 위로 느껴지는 브래지어 끈.
그 끈을 만지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었다.
‘크게 거부하는 반응도 없는데, 여기까지는 만져도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손은 그녀의 브래지어 끈을 따라 등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더듬거리는 내 손이 기분 나쁘다는 듯 그녀가 서둘러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제야 아차 싶었던 나는 머쓱한 미소를 보이며 그녀에게 사과했다.
“미안, 너무 강요했나? 시간 나면 알려줘. 언제 같이 술이라도 마시자.”
“...”
그녀는 아무런 대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 앞에서 사라졌다.
...
그 이후로 사장님은 나를 불렀고, 성희롱으로 신고하기 전에 나가라고 말했었다.
그것이 가장 최근 아르바이트의 기억.
그 후로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하루하루를 집에서 게임만 하며 보냈다.
당시에는 알바로 모은 생활비가 조금 남아있었기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기분을 풀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생활비도 다 떨어져 친구들과 만나기도 꺼려졌다.
살아가기 위해 알바를 구해야 했지만, 이젠 일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될 대로 되겠지.
부모님에게 말하면 생활비를 주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품어보기도 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돈 계산에 엄격하다.
어릴 적부터 용돈 그 이상의 돈은 주지 않았다.
내일 용돈을 오늘로 당겨줘.
그런 것도 통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내가 알바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를 전하지도 못했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잔소리만 할 게 분명했다.
게임을 하던 나는 답답한 마음에 컴퓨터에서 손을 놓고 잠시 방을 둘러보았다.
“어휴.”
거슬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들.
생수 페트병이 어지럽게 잔뜩 방에 깔렸었다.
언젠가 치워야지 생각하며 하나하나 쌓아온 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담배를 피우러 나갈 겸, 봉투에 빈 페트병을 채워나갔다.
302호.
그렇게 적힌 현관 앞을 나선 나는, 빈 페트병이 내는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계단에 울려 퍼뜨리며 내려갔다.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
그러나 육감적인 몸매를 숨기지 못한 옷 위로 여성의 굴곡이 그대로 보였다.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 물품을 모으는 곳에, 남자를 홀릴 음란한 몸매의 여성이 서 있었다.
본 적 없는 얼굴.
여자의 얼굴을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나는 항상 아파트 단지 밖을 오갈 때마다 여성이 보이면 몸매와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기억해 놓는다.
더운 여름이 되어 다리를 내놓는 치마가 활개치는 계절이 되면 내 눈은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내가 기억을 못 한다니.
이번에 이 아파트 단지로 새로 이사 온 사람일 것이다.
내 예상대로 오늘 이사 온 것인지 많은 물건이 그녀의 앞에 있었다.
그녀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분리수거통에 쏟아붓지 않고 하나하나 꺼내 넣었다.
잘못 넣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 꼼꼼하게 자신의 쓰레기를 분류했다.
그런 그녀의 옆으로 다가간 나는, 내가 잡고 있던 봉투를 분리수거통 안쪽으로 밀어 넣고 탈탈 털었다.
그녀는 느슨하게 쥔 주먹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놓고 나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고는 내가 비키자 다시 하나하나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걸은 뒤, 주차하는 공간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이 힘든 듯, 그녀의 이마로 땀이 맺혔다.
내 눈은 그런 그녀를 쫓고 있었다.
몸을 숙일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한 가슴골.
쏙 들어간 허리와 볼록 튀어나온 골반.
옷 위로 훤히 드러난 가슴의 볼륨.
그 모든 것이 완벽했다.
지금 보이는 저 젖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면 어떤 기분일까.
침대에 누워 그녀를 내 위로 올린 뒤, 쏙 들어간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허리를 흔들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친구와 헤어져 욕구 불만인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후 정리가 다 끝난 것인지 소매로 땀을 톡톡 두드리며 닦은 그녀였지만,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무언가 불만이라도 있는 듯 분리수거하는 장소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러던 그녀는 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서 움찔했다.
마치 가만히 있던 강아지가 누군가의 장난으로 놀랜 듯, 그녀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응시했다.
“아, 안녕하세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나를 수상하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번에 이사 와서 제가 잘 모르는 게 많거든요.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그제야 왜 그녀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을 어슬렁거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제대로 분리수거 한 것인지 신경 쓰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습을 내가 아니꼽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아뇨, 잘하셨어요. 그냥 못 보던 얼굴인 것 같아서요.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봤네요.”
“그, 그렇군요……. 저는 은정이라고 해요. 최은정.”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걸까.
이내 그녀는 한술 더 떠 자신이 이곳의 301호에 살게 되었다는 것까지 알려주었다.
...
잠깐.
“여기 이 아파트요?”
“네!”
같은 동의 301호?
내 옆집이었다.
“제 옆집이네요?”
“아! 그래요?”
이렇게 예쁜 여자가 옆집으로 이사 오다니.
이건 여자친구가 없어진 나에게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담배를 끄고 그녀와 함께 이야기하며 아파트로 걸어 들어갔다.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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