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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정부일을 하는 은미..주인집 아들과의 관계는..?

어린 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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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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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는 처음 시작하는 가정부 일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소개소에서는 좋은 사람들이라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지만 가정부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은미는 걱정이 앞섰다.

“응큼한 사람들 많다던데... 어쩔려구 그래?”

“가정부? 그거 보통 힘든 게 아니야. 너 할 수 있겠어?”

그럼에도 은미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가정부 일보다 더 무서운 사채 빚이 있었다. 생활고와 학자금 때문에 급하게 빌려 썼던 사채는 점점 불어나 은미를 압박하였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추심꾼들 때문에 은미는 학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네 이번에 일하기로 한 사람이에요. 김은미입니다.”

은미는 벨을 누른 뒤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한 주택이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된듯한 외관이 은미의 불안했던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려 주었다.

“안녕하세요. 박종찬이라고 합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종찬의 모습을 보자 은미는 흠칫 놀랐다. 떡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체격이 흡사 자신에게 빚 독촉을 하러 오는 그 남자들의 모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은미는 조심스럽게 종찬이 권하는 소파에 앉았다.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물이라도.”

종찬은 재빨리 주방으로 가서 물을 떠 왔다. 남자는 소파 앞 테이블에 물을 놓으려 했고 은미는 물잔은 황급히 받으려 했다.

물잔을 들고 있던 종찬의 손 위로 은미의 손이 포개어졌다.

은미는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종찬을 바라보았다. 종찬의 동공은 이리저리로 흔들리고 있었다. 종찬의 손등은 거칠었다. 하지만 손가락 쪽은 부드러웠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미... 미안해요.”

은미는 얼른 종찬의 손등에서 손을 떼었다.

종찬 역시 은미의 손길이 낯설었다. 부드러운 여자의 손길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요. 일단 저희 집에서 일하기로 결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저야말로 감사하죠.”

“아, 지금은 없는데 저희 집에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아... 그래요.”

“지금 재수를 하는 저의 아들 녀석인데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생활이 좀 엉망이거든요.”

은미는 물잔에 손을 뻗었다. 테이블이 낮은 곳에 있어서 은미는 허리를 숙여 물잔을 집어야 했다.

종찬의 눈에 은미의 앞섬 사이로 소담하고 부드러운 가슴이 비쳤다. 보일 듯 말 듯한 내밀한 곳에 있어서인지 종찬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 박종찬.’

“흐흐흠... 은미 씨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네?”

“편안하게 집처럼 생각하면서 일해줘요. 부담 갖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은미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할 때 누군가가 문으로 들어왔다.

“아빠, 나 왔어.”

“오오, 태현이야?”

태현은 아직 앳된 19살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직 22살인 가정부 은미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이분이 내일부터 일해주실 분이야. 인사드려.”

태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은미를 바라보았다. 가녀린 팔에 잘록한 허리, 그리고 미끈하게 빠진 엉덩이와 다리. 도무지 태현이 생각했던 가정부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예쁘다...’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자기 또래의 여자처럼 느껴졌다.

***

“어쩔 거야!”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는 고등학생 커플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따금 여학생이 남자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소리쳤지만 남학생은 아무 대책이 없는 듯 바라보고 있던 땅바닥만 발로 찰 뿐이었다.

“정은아. 우리 그냥 아이 지울까?”

“뭐라구?”

“우리 아직 고등학생인데 너 임신한 거 알면 부모님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지금 나보고 낙태를 하라는 거야?”

아직 앳된 얼굴을 하고 있던 정은은 교복 치마를 질끈 부여잡고 굵은 눈물을 뚝뚝 쏟아냈다.

“종찬이 너 참 못됐다.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정은은 자신에게 낙태를 이야기한 종찬에게 눈을 흘겼다. 종찬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치? 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종찬은 결심이 선 듯 정은에게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아이를 낳았으면 해. 그리고...”

“그리고?”

“뒷일은 다 내가 책임질게. 걱정하지 마.”

종찬은 다부진 표정으로 정은을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정은 역시 천천히 종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둔 정은과 종찬은 결혼을 했고 결국 정은은 아들 태현을 출산했다. 종찬과 정은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태현을 키웠다. 종찬의 부모님과 정은의 부모님이 번갈아 가며 태현을 봐주었지만 종찬의 부모님은 태현이 5살도 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고. 정은의 부모님은 이혼을 한 후 종찬과 정은과 연락을 두절하고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 정은과 종찬의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야, 최종찬! 나 지금 빨리 나가야 해. 태현이 아침 좀 챙겨!”

“정은아? 오늘 니가 태현이 보기로 했잖아?”

“갑자기 일이 생겼어. 오늘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와야 해.”

“야, 나는 일이 없는 줄 알아? 오늘 나도 야근해야 된다구.”

“하아... 진짜 이번에 정말 중요한 일이란 말이야~”

두 사람은 곤히 잠든 태현을 두고 새벽부터 말싸움을 벌였다.

“그만두자! 내가 일 그만두고 태현이 챙기면 되지 뭐.”

“정은아. 그런 말이 아니잖아.”

종찬과 정은은 힘겹게 일을 하며 태현을 돌봤다. 하지만 태현이 커 갈수록 종찬과 정은의 사이는 점점 더 냉랭해졌다.

“다녀왔습니다!”

태현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무렵 두 사람의 불화는 극에 달했다. 결국 정은이 포문을 열었다.

“우리 이혼하죠? 박종찬 씨.”

***

태현은 몰래 숨어 종찬과 정은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안돼 아직은”

“왜 안돼? 난 더 이상 너랑 못 살겠어. 여자로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태현이를 낳았어. 종찬이 네가 다 책임진다며?! 힘들지 않게 해준다고 했잖아!”

“그래도... 이혼은 아니야.”

“뭐가 아니야? 난 더는 너랑 못살아. 난 잃어버린 내 인생 다시 찾을 거야.”

차갑게 쏘아붙이는 정은의 말에 종찬은 그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둘 사이에는 적막이 흘렀다.

“좋아. 이혼하자.”

종찬이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자 둘의 이야기를 엿듣던 태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단, 조건이 있어.”

“뭔데?”

“태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참자. 아직 태현인 고등학생이야. 내년에는 고3이라구. 열심히 공부하는 애 제대로 뒷바라지는 못 할망정.”

태현을 생각하자 정은 역시 눈을 질끈 감았다. 온갖 잡일을 하며 고생을 한 종찬이었지만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였다. 정은은 그런 종찬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내년에 고3이 될 태현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해. 단 태현이 대학 들어가면 우리 바로 헤어져.”

태현은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엄마가 마음을 고쳐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좋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고 말겠어.’

하지만 태현의 수능 성적은 참혹했다.

결국 재수를 선택한 태현을 두고 종찬과 정은은 다시 마주 앉았다.

“자 이제 그만하자. 종찬이 너도 새 인생 시작해봐. 우린 아직 40도 안 됐잖아?”

종찬은 어떻게 해서든 정은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 집으로 들어와 정은의 앞에 앉았다.

“정은아.”

종찬은 정은의 손을 잡았다.

“왜... 왜 이래?”

“나 니 손 잡아본 지 너무 오래인 것 같아.”

조금씩 다가오는 종찬의 얼굴에 정은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종찬은 정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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