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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성의 해방을 주장하며 신부부계약서를 작성한 정미와 상욱, 필리핀 세부에서 “부애모” 모임의 회장인 장종근과 그의 아내 도소영과 함께 부부 교환을 체험하며 새로운 성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강남별곡(아내 엿보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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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1화, 대박

“여보, 먹는 알약이 나왔대. 뉴스 봤어?”

일찍 퇴근해서 미국의 나스닥 시장을 검색하고 있던 상욱에게 정미가 집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나도 봤어. 지금 미국 시장에서 난리가 났어.”

“당신 몇 배 튀긴 거야?”

“모르지. 이제 시작이니까.”

하루 자고 나면 변이를 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드디어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에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한국의 다국적 기업이 있었다.

코리아수트라.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 지방의 행정 수도 첸나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인디아수트라와 한국의 한국제약이 51대 49의 지분으로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발 빠르게 한국에서 설립한 경구용 치료제를 위한 회사였다.

이미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한 제약기업인 인디아수트라의 자회사로 설립한 터라 쉽게 나스닥 시장에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 최초 기업 공개)를 할 수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주가는 형편없는 가격으로 형성이 되어 기업 공개는 완전 실패작이었다.

경구용 치료제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 백신주의자, 윌 게이츠의 입김으로 당시의 헤지펀드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2020년 초 주당 60센터에 불과하던 주식이 이 회사가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미 인도와 한국에서 3상을 마쳤다는 이유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코리아수트라 주식을 구매하느라 코스닥은 연일 상한가, 나스닥은 끝모르는 상승장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코스닥에서만 최초로 액면가 없이 발행한 주식의 가격이 처음에는 주당 500원 상회하던 것이 이미 31일 연상(연속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과거의 리드코프가 가지고 있던 40일 연상 상한가 기록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우며 최고가 주의 하나로 거듭났다.

한 주당 170만원.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한 주가는 무려 1700만 원이다. 이는 크래트폰과 네이비에 이은 3위의 고가 주식이 되었다.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면 상욱이 워렌 퍼빗에 버금가는 투자의 귀재라 하겠지만, 그렇게 통찰력이 있는 투자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엔데믹(endemic)을 사전에 예견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그저 행운만은 아니라고 보아도 좋았다.

정확히 몇 주를 구매했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알 수 없었지만, 대략 100만 원만 투자했다 해도 대략 계산해 보면 30억을 훌쩍 넘는다.

상욱이 회계 전문가이다 보니 누구보다 유가증권과 코인에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코로나의 종식은 위드 코로나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조금씩 사 모아둔 주식이니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지금 얼마야?”

“아직 시장도 안 섰어. 어제 날짜로 타슬라 두 배 쳤어.”

“그럼 얼마야?”

“1500달러.”

“뭐야? 정말? 당신 얼마나 투자한 거야?”

“얼마 안 돼. 여윳돈 가지고 쬐끔 샀어.”

“지금 매도하자.”

“안 돼. 내년 봄에 또 다른 회사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다른 회사 어디?”

“MSB도 있고 하이자도 있어… 한국의 대옹제약, 선풍제약도 있고….”

“여러 회사가 생기면 더 안 좋은 거 아냐?”

상욱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정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상욱도 더는 자기 일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덮었다. 그러자 정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말해 봐. 더 나빠지는 거 아니냐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경구용 제품이 여럿 개발됨으로써 팬데믹에서 엔데믹(계절 유행병)으로 변했다는 것을 사람들이 완전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도 하는 거지. 그러면 코리아수트라의 특허권이 유효할 때까지는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있어.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거지. 그리고 가격도 다운될 거니까 정부 지원 없이도 구매 가능할 거고.”

“그래? 그럼 우리 부자 되는 거야?”

“부자는 아니지만 지금 이 아파트에서 옮겨갈 순 있겠지.”

“그럼 좋겠다. 당신 너무 멋지다.”

팔을 활짝 벌려 자신을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춰 대는 정미를 가볍게 안고서 상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보, 우리 전원주택 하나 살까?”

“전원주택? 갑자기 왜?”

“지난번 세부에 갔다 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소영 씨하고 얘기한 건데… 막연한 거지만 서울 근교에 적당한 크기의 주택을 하나 사고 싶대. 자기는 주민등록도 그쪽으로 옮겨 실제로 거주하면서.”

“그러면 저희가 사면 되지. 왜 당신이 사?”

“소영 씨 말은… 공동 구매해서 함께 자유롭게 쓰자는 거지. 당신들 부애모 회원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도록. 저번에 끝장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 같은 것도 방지할 겸 해서. 여관이나 호텔은 오프 모임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그럼 부애모 회원들을 위한 아지트로 산다는 거야? 그러면 소영 언니는 보유세가 엄청날 텐데….”

“그래서 회원들 각자 조금씩 부담해서 공동등기하고 주말농장으로 사용해도 좋고… 당신 생각은 어때?”

“나야 꿀 찬성이지. 그러면 실제로 우리 별장 아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을 거야. 관리하기도 그렇고….”

“사면 어디에?”

“경기도 북부 쪽이 좋지 않을까? 양평이나 양수리 쪽에.”

“당신 돈은?”

“주식 좀 팔아야지.”

“당신 솔직히 말해 봐. 응? 몇 주 가지고 있어?”

“… 한 2000주 돼. 그리고 이터리움도 좀 있고.”

“이터리움? 그거 가상 화폐 아냐?”

“어. 지금 조금 뜸하지만 그리 손해는 아니야.”

“당신 알짜네.”

정미는 상욱을 가만히 두지 않을 요량인 것처럼 볼에 입을 맞추며 남편에게 은근히 아양을 떨었지만, 상욱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곧 미국 시장이 열리면 오늘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봐야 했고 가격이 좋으면 몇 주라도 매도할 요량이었다.

이번 주말 도소영과 만남에서 집 문제를 상의할 때 배포 있게 지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미리 자금을 준비해야 모양이 빠지지 않을 터였다.

*

-오늘 소영 씨와 강남에서 저녁 식사 약속 있음. 올래.

한 주일의 주문을 마감하는 날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미의 휴대전화 수신음이 울렸다. 마침내 마감 주문을 넣고 잠시 쉬는 틈이라 전화기의 폴더를 열었다.

소영과 만난다는 문자에 장종근은 함께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러면 자기도 참석할 텐데….

-종근 씨는?

-몰라. 당신은?

-나 약속은 없는데… 갈까?

-종근 씨한테 연락해 봐.

-그럴까?

-나 지금 바빠. 참석할지 알려줘.

-알았어. 연락해보고.

지난번 세부 여행 이후 두 부부는 한 번도 다시 만나지 않았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문제는 코로나였다. 한동안 집합금지 4단계라 만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장종근이 의사인지라 퇴근 후 개인행동을 엄격히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정미는 약간 설레는 기분을 안고 장종근에게 문자를 넣었다.

-뭐 하세요? 여보.

일부러 여보라 부르며 애교 섞인 문자를 보냈다. 필경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아… ㅠㅠ.

호칭에 살짝 당황한 듯한 문자를 찍어 보냈다. 이미 부부 교환으로 서로 약속을 했지만, 여보, 라는 호칭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니란 것을 장종근이 실제로 보여주었다.

-여보, 나 정미.

-허허.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어때요?

-야간에 수술 있는데.

수술이 있다는 장종근의 말은 나갈 수 없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의사들이 거절하기 가장 좋은 말이 수술이니 장종근이 핑계를 대는 것인지 실제로 수술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미는 그렇게 믿고 함께할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아… 네. 알았어요.

-제가 수술 끝나면 연락 드릴게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렇게 문자가 끝나고 정미는 상욱에게 다시 연락했다. 문자를 누르는 손가락의 힘이 다 빠진 듯하여 기분이 별 좋지 않았다.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실망한 감정과 함께 세부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좋았는데….

-여보, 종근 씨 못 온대. 오늘 수술.

상욱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어쩐지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멀리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미경이 눈에 들어왔다.

미경하고 영준 씨나 만나러 갈까?

갑자기 미경을 보자 마장동 영준과 김덕팔의 생각이 났다.

-그래, 그러자.

생각을 정리한 정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미경의 자리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미경아, 불금인데 시간 어때?”

“나 바빠. 이번 주 주문 확정해야 할 게 다섯 건이 넘어. 잠시만.”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미경이 손만 살짝 들어 정미에게 답했다. 그런 반응에 정미는 짜증이 확 밀려왔다. 여기저기에서 차인 기분.

“야 이 기집애야, 얼굴 좀 보고 말하면 어디가 덧나!”

“미안해. 이 고객 주문이 마지막이야. 계약 내용도 갈무리해서 메일 보내야 하고.”

“알았어. 잘났다. 잘났어. 오늘 마장동에나 가자! 알았어?”

정미는 더는 미경의 자리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 고함을 질러 용건만 전하고는 제 자리로 돌아왔다. 믈론 한숨이 나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휴우~ 뭐가 꼬이네.”

그때 상욱에게 문자가 왔다.

-그럼 혼자라도 나와. 방배동에 미친 참치, 라고 있어.

-그래도 돼?

-어. 소영 씨에게도 양해 구했어. 오케이래.

-그래? 그럼 그럴까?

-7시야.

-접수.

언뜻 이해하기 힘든 부부간의 문자였다. 실제 부부이면서 남편과 다른 여자와의 약속 자리에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상욱과 정미가 맺은 부부계약서에 따르면 각자 이성과의 약속이 있을 때는 먼저 알려야 하는 의무와 만약 함께하고 싶으면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부부라도 이성 문제에 관해서는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는 그런 규칙.

언뜻 상상하기 힘든 그런 조항이었지만, 상욱과 정미는 대한민국 최초의 신세계 부부인 만큼 그럭저럭 잘 지켜나가고 있었다.

*

방배역에서 서리풀 공원을 끼고 대법원 쪽으로 조금 가다 보니 상욱이 말한 ‘미친 참치’란 간판이 보였다.

이미 9월이라 밤이 많이 길어진 탓에 커다란 참치의 모양을 한 네온사인이 점멸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식당 안으로 정미가 들어서자 집합금지 4단계가 해제된 탓인 듯 여기저기 손님들이 앉아서 술을 곁들인 음식을 즐기고 있었고, 홀의 한가운데 둥글게 생긴 주방 안에서는 커다란 참치를 해체하는 주방장의 모습이 보였다.

아… 참치를 즉석에서 바르는구나.

정미는 생전 처음 와보는 이런 식당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한쪽 구석에서 들리는 상욱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정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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