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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사세요, 성냥사세요... 성냥사시면 제 몸을 드릴게요..사주세요˝

성냥팔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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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1장-가난의 역습

“덜컹덜컹 덜컹”

거센 찬바람이 낡은 창문을 부술 듯이 뒤흔들어댔다. 세라는 미쳐 날뛰는 창문을 어떻게든 잠그려고 애를 썼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창문과 함께 뜯겨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가까스로 날뛰는 창문을 잡고 있는 힘껏 밀어 잠그니 아까보다는 소음이 많이 작아졌다.

“휴”

이마에 흐른 땀방울을 훔치고 나니 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엄마의 남자친구 게노미 마크는 아주 자기안방인양 코를 골며 거실 벽난로 앞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들이 발목에 채여 넘어질 뻔했다.

세라는 한숨을 쉬며 바닥을 나뒹구는 수많은 술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모아서 술병이라도 팔면 푼돈이라도 벌 수 있으리라. 세라는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술병들을 모아 한 곳에 정리하였다. 술병들을 한데 모으는 정리가 끝나자 때마침 게노미는 추위에 잠이 깼는지 갑자기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세라야! 불 좀 지펴라! 얼어 죽겠구나!”

세라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마세요! 여긴 내 집이거든요?”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느라 혼이 났다. 엄마의 남자친구라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숨을 쉬며 땔감상자를 확인해보았으나 먼지만 가득했다. 창고에 가 봐도 장작이라곤 한 개도 없었고, 오랫동안 아무것도 쌓아놓은 게 없었던 듯 바닥엔 먼지만 가득했다.

보통은 남자들이 나무를 해서 땔감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했다. 그러나 땔감 만드는 일은 정말이지 힘에 부쳤다. 연약한 여성의 힘으로 도끼를 휘두른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런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게노미가 장작 패는 일을 도와주자 세라는 무척 기뻤다. 엄마의 남자친구라고 했으니 잘만하면 새 아빠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달콤한 기대도 잠시 어느 날 게노미가 다니는 성냥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그는 술만 퍼마시며 잠만 쳐 잘 뿐 도대체가 집안 살림에 도움 되는 일을 한 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선 저런 식충이 같은 인간은 내쫓고 싶었지만, 엄마의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엄마가 알아서 잘 해결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엄마마저 어느 날부턴가 이름 모를 두통에 시달리며 앓아눕게 되자 이 집 가장은 가장 어린 세라가 맡게 되었다.

세라는 한숨을 쉬며 벌레가 먹어 구멍이 송송 뚫린 낡은 외투를 입고 집 밖을 나서기로 했다. 땔감을 만들 수 없으면 대체재로 쓸 만한 것을 줍기 위해서다. 열심히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나 낙엽이라도 모으며 땔감 대용으로 쓰기로 했다. 오래가진 않지만, 추위에 떠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어디선가 낯익지만 불쾌한 남자 목소리가 들리며 세라에게 아는 체를 했다.

“오 세라양! 어딜 가시나?”

“안녕하세요. 허튼씨. 네. 땔감 좀 주우려고요.”

공손하게 손을 모아 인사를 하자 반쯤까진 대머리 신사는 세라를 보고 히죽거리며 웃었다.

염소수염 사이로 누런 이빨이 불쾌하게 반짝였다.

“땔감을 주우러 다니면 쓰나. 직접 만들어야지. 하긴 여자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긴 해. 쯧쯧. 그나저나 어머니는 안에 계시나?”

“계시기는 한데 약을 드시고 주무시고 계세요. 두통이 도통 낫질 않으시데요.”

“이런. 이런. 참 안됐군.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월세는 제날짜에 내야 되지 않아? 오늘이 월세 내는 날일세.”

“워... 월세 내는 날이요?”

“그래. 당신 어머니와 얘기 좀 해야 하니 어서 깨우게.”

세라는 집주인 허튼 조시를 집 안에 들여 봤자 좋은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문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게.... 저랑 얘기하시면 안 될까요? 어머니가 한번 주무시면 도통 깨어나질 않으세요. 약이 보통 독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 그럼 어서 월세를 내게. 오늘이 월세 내는 날이야.”

세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작은 통나무집에 월세 낼 돈이 있을 리 없었다. 땔감조차 구하지 못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우러 다니는 판에 어떻게 월세를 내겠는가? 세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 그 얘기는 나중에 어머니가 깨어나실 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지금은 돈이 없어서요.”

“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나더러 직접 깨워 받아내란 말이군. 이보시오! 부인! 오늘이 월세 내는 날입니다! 설마 오늘도 저번 달처럼 보증금에서 빼라는 말은 하지 않겠죠? 어서 월세 내놓아요!”

허튼씨는 문을 쾅쾅 두들기며 큰소리를 냈다. 세라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다 살금살금 멀어지려 했다. 그러자 그는 세라의 외투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어딜 내빼려는 거지? 어머님이 안 일어나시면 직접 깨워야 될 거 아닌가! ”

세라가 머뭇거리기만 할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자 집주인은 답답했는지 세라를 밀치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세라는 깜짝 놀라 얼른 집주인 뒤를 따라갔다.

“이봐요 부인! 오늘이 월세 내는 날이라고! 아이쿠. 이게 무슨 냄새야. 술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는구먼.”

집주인은 코를 막으며 주위를 둘러보다 소파에서 등을 보이며 자는 게노미를 보고는 거칠게 어깨를 흔들었다.

“아씨! 한참 자는데 어떤 녀석이야!”

“나는 집주인인 허튼 조시라는 사람이오. 오늘이 월세 내는 날입니다. 어서 주시죠.”

“월세? 아니 왜 그걸 나한테 받아요? 난 이 집 주인도 아닌데.”

“그럼 집주인 어디 계시오? 당장 만나봐야겠소.”

“잠깐만요.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쇼.”

게노미는 어기적거리며 기어가더니 큰방으로 들어갔다. 허튼 씨와 세라는 초조하게 그가 다시 나오길 기다렸다. 한참 후 게노미가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긁으며 안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허. 미안하게 됐수다. 물어보니까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보증금에서 까라고 하는데요?”

“뭐요? 보증금은 저번 달에 다 쓴 거 벌써 까먹었소? 어서 월세 내놓으라니까!”

“왜 자꾸 소릴 지르고 그래! 지금은 나도 실직해서 돈이 없다니깐!”

“실직한 게 자랑이오? 그렇게 술이나 처먹으며 자빠져 잠만 퍼 자니 돈이 없지! 돈이 없으면 방 빼시오! 얼른!”

늙은 집주인은 보증금을 야금야금 갉아먹더니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허나 화가 난 건 집주인뿐이 아니었다.

“아 진짜! 코딱지만 한 집 가지고 거 되게 유세네. 이 엄동설한에 나가라니! 우리더러 얼어 죽으란 말이오?”

“그건 당신 사정이고! 이런 코딱지만 한 집세 낼 능력도 없는 자기 자신을 원망해야지! 술 처먹을 돈은 있고 방세 낼 돈은 없소?”

집주인은 방구석 한가득 쌓여있는 술병을 보고는 매섭게 쏘아붙였다. 게노미는 마음 같아선 집주인을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당장 쫓겨날 판에 일까지 크게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본인 또한 여기서 겨우 연명하는 처지가 아니던가? 게노미는 화를 억누르고는 일단 봐달라고 사정을 해보기로 하였다.

“이보시오. 지금이 어떤 시국인지 잘 알지 않소. 미친 국왕의 어처구니없는 법안 때문에 이 나라의 모든 여성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소. 나마저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을 하게 되었소. 그 충격에 내 여자 친구는 앓아눕게 되었고. 당신이 날뛰며 압박하지 않아도 우린 충분히 죽을 것처럼 힘든 상황이오. 정말 미안한데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오.”

게노미씨는 뒤늦게나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게노미의 도발로 이미 잔뜩 화가 난 집주인은 그 소리에 더 화만 낼 뿐이었다.

“뭐? 시간? 나는 뭐 땅 파먹고 사는 줄 아쇼? 그렇게는 못 합니다. 돈 없으면 당장 방 빼시오! 다른 세입자에게 줘 버릴 테니.”

“아니 무슨 사람이 그리 인정머리가 없어? 내가 사정을 설명했잖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안 된다고 하는 말 안 들리쇼? 나도 집세로 먹고사는 사람이오! 누군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쇼? 정 불만이면 인정머리 많은 집주인 구하시고 어서 방 빼시오. 어서요! 에이 젠장. 이래서 거지를 세입자로 들이면 안 되는데.”

“뭐요? 거지?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없이 산다고 무시하는 거요?”

게노미는 흰자를 번뜩이며 허튼씨에게 다가왔다.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겠다 싶은 세라는

안절부절못하며 그만하라며 소리쳤다. 그러나 허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 어쩔 거요? 월세도 못 낼만큼 무능력하니 거지라 불렀소! 내가 뭐 틀린 말 했소?”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게노미는 빈 술병을 집어 들더니 집주인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하였다.

“안돼요! 나가세요! 허튼씨! 어서 나가시라고요!”

세라는 술병을 휘두르는 게노미의 팔을 뒤에서 양 팔로 붙잡으며 소리쳤다. 술병은 하마터면 집주인의 머리에 부딪힐 뻔 했으나, 세라의 활약으로 빗나가 벽에 부딪치더니 산산조각이 나며 깨졌다. 집주인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는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게노미는 흰자를 번뜩이며 집주인을 패 죽이겠다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거 놔! 돈 좀 있다고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 사람 낳고 돈 낳지. 돈 낳고 사람 낳냐? 어? 너 어디 나한테 죽어봐라! 난 잃을 것도 없어서 무서울 것도 없다 이거야!”

“이런 미친놈을 봤나. 이젠 사람까지 죽이려고 드네. 역시 더러운 천민은 달라! 응!”

“저 자식이 끝까지 열 받게! 야! 어딜 도망가! 너 이거 안 놔?”

세라는 게노미의 팔을 양손으로 붙잡으며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소리를 질러댔다.

“허튼씨!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나가요! 당장 나가라고요!”

집주인은 세라의 외침에 집 밖을 나서더니 다시 돌아서며 소리쳤다.

“내가 뭐 무서워서 나가는 줄 아시오? 보안관을 부를 테니 그때도 지금처럼 미쳐 날뛰나 봅시다. 에헴”

보안관을 부른다는 말에 깜짝 놀란 세라는 게노미의 팔뚝에서 떨어지며 얼른 허튼씨를 따라나섰다.

“보안관을 부른다고요? 잠깐만요. 허튼씨! 허튼 조시씨!

“흥! 보안관? 그래 불러라. 보안관 부르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게노미는 다 꺼진 소파에 풀썩 주저앉더니 미친 사람처럼 히죽히죽 웃어댔다. 세라마저 집을 나가자 집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방 안은 온통 먼지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껴 앞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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