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도수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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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_변화하는 성기>
변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군대를 막 전역한 23살 경준이 하루종일 방 안 침대에서 하는 거라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마스터베이션 밖에 없었다.
“하읏,,,!”
군 시절 추억을 곱씹으며 변기 위에서 성인 잡지 하나에 의지해 자위를 마친 경준은 허무한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변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세상 모든 게 허망하다고 느껴질 때쯤 경준은 오직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자위를 하기 전까진 잡지 속 야한 옷을 입은 글래머 모델이 우주의 중심이며 인생의 전부였는데, 정액을 배출하고부턴 매일 매일을 이대로 살다간 밥만 축내는 백수로 살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전역 전까지만 해도 분명 의욕이 충만하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 하고 싶은 것들투성이였는데 막상 일상이 되니 편함에 적응하고 익숙해졌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에, 아빠로부터 꼬박꼬박 받는 용돈은 안정감을 넘어 경준을 권태롭게 만들었다.
게다가 뭐라도 하고 있거나 벌써 성과를 보이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위기의식은 더욱 고조됐다.
요샌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신경쓰이는 게 SNS에서 활개치는 주변인들의 자랑질이었다.
재수 후 명문대학교에 들어간 친구, 공부는 못했지만, 아버지 목공 일을 도와드리며 너튜브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었다는 친구, 각종 자격증을 섭렵했다는 친구의 SNS는 보고 싶지 않아도 관련 게시물로 경준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이런 사연들로 경준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알바 구인 어플을 켰다.
6월에 전역한 경준에겐 어차피 가을 복학까지 3개월이란 시간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경준은 이것저것 키워드 필터를 씌워 검색을 했는데 시간을 너무 뺏기지 않으면서, 체력을 소진 시키는 업무 말고, 수당은 제법 짭짤한 알바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꿀알바를 원했던 거지만 그런 자리는 흔치 않았고 있다 한들 누구나 원하기에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검색해보는 경준의 표정은 점점 시무룩해졌다.
위의 조건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일자리는 없었다. 하나를 만족하면 다른 한쪽은 심하게 불만족인 불균형이 대부분이었다.
가령 고수익이면 장시간 일을 해야 하거나, 짧게 일하면 막노동 비슷한 업무로만 치중되어 있었다.
“전공이나 살려 볼까...”
혹시나 싶어 경준이 추가한 키워드는 ‘물리 치료사’ 였다.
1학년밖에 학기를 채우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물리치료 학과에 진학한 경준은 성적 역시 우수한 편에 속했다.
“일당 7만원에 인센티브까지 준다고? 꼴랑 3시간만 일하는데?”
키워드를 추가하고 나니 검색 결과엔 오직 한 개만 남게 되었는데 업체명은 ‘미소 마사지샵’이었고 하루 3시간 근무, 일당 7만원에 ‘인센티브 별도‘라는 파격 조건이 내걸려 있었다.
그러나 기대에 부풀었던 것도 잠시 경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필시 성인 마사지샵, 즉 성매매를 알선하는 불법 안마시술소인게 뻔했다.
근무 시간이 자정 12시부터 새벽 3시인 것만 봐도 위장 마사지샵인 게 분명했다.
당연히 남자가 아닌 여자만 뽑을 테였다.
“어? 뭐야... 건전 안마소네?”
그런데 유심히 모집 요강을 살펴보던 경준은 놀란 눈이 되었다.
자격 요건에 남성만 지원 가능이라고 명시되어있으며 심지어 물리 치료사 전공자를 특별 우대해준다고 적혀 있었다.
그제야 안심을 한 경준은 두말할 것도 없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구인 광고보고 연락드렸는데요.”
“네. 내일 오후 2시까지 방문 가능하나요?”
“네? 아... 네!”
“네. 내일 오세요.”
이것저것 물어볼 목적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퉁명스럽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처음엔 불쾌했지만, 면접을 보러 오라는 뜻으로 이해한 경준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닌데 꿈의 알바를 하게 된 것처럼 들뜨기까지 했다.
*
다음날 지도 어플을 보고 찾아간 ‘미소 마사지샵’ 앞에서 경준은 자꾸만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해봤다.
알바면접이 처음이라 갑자기 긴장되었고 돌연 합격하지 못할까봐 생각이 많아졌다.
“안녕하세요...”
“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카운터에 한 중년의 여성이 앉아서 경준을 아래 위로 훑어봤다.
가게는 예상대로 건전 마사지샵이었다.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에 잔잔한 음악까지 누가봐도 성매매를 할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마치 유명한 피부과에 온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로 쾌적한 환경에 안 그래도 긴장한 경준은 더 긴장되어었다.
“어제 면접 보러 오라하셔서...”
“원래 말끝을 흐려?”
“네?”
카운터에 앉은 여성은 팔짱을 끼고 오늘 처음 만난 경준에게 나무라듯 물어봤다.
예상치 못한 공격적인 태도에 경준은 기에 눌렸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상했다.
평범한 인상과는 다르게 까탈스럽다고 생각했다.
“난 자신감 없는 직원은 별론데. 나이가?”
“23살인데요.”
“목소리에 힘주니까 그나마 낫네. 군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가게 사장은 연신 툭툭 질문을 던졌다.
“전역했어요.”
“머리 좀 기르면 예쁘겠네. 이력서 열람해보니까 물리치료학과 학생이던데 1년 배워서 어디 써먹겠어?”
“네?”
거듭된 무례함에 경준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 힘은 좋아 보이네. 키 하고 몸무게가?”
“175에 72키로요.”
“그래? 덩치가 있어서 그런 가 더 커 보이네. 운동 좀 해?”
“매일 헬스 다녀요.”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 왜 대답을 하고 있는지 경준은 점점 말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제 봤다고 반말인지 만약 불합격하면 악랄한 면접 후기를 남기노라 울분을 삭이는 경준이었다.
“좋아. 1차 합격. 따라 와봐.”
“네?”
여사장은 또 다시 자기 할 말만 쓱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몇 개 방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따라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려한대로 마사지 침대와 각종 도수치료 장비들이 있었다.
“일종의 테스트야. 우리도 아무나 막 뽑을 순 없잖아?”
“......”
“좀 있으면 손님 한 명 올 거니까 잘 해봐.”
“네?”
“뭘 그렇게 놀라. 전공자가 도수치료 하기로서니. 못 하겠어?”
“너무 갑자기라...”
“걱정마. 테스트여도 돈은 주니까. 약속한대로 7만원 플러스 알파. 우린 특별한 손님만 받아서 대충하는 사람은 채용 안 해.”
당황한 것도 잠시 돈 얘기에 경준은 태세를 전환했다.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7만원은 챙길 수 있단 뜻이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플러스 알파는 어떻게...?”
“그건 학생하기 나름이야. 손님 말 잘 들어주고, 적당히 대답하면 돼. 잘해봐.”
여사장은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하더니 홀연히 나가버렸고 그렇게 경준은 마사지 방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긴장도 잠시 이왕 이렇게 된 거 간만에 실력발휘나 제대로 해서 합격까지 이뤄내고 싶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도수치료의 기초에 대해 기억을 되짚으며 손님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응대할지도 시뮬레이션 해봤다.
“어라? 맨 얼굴이야?”
두 손을 모으고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자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녀 역시 경준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뭐야... 여긴 사장이나 손님이나 반말부터 찍찍하고. 맨 얼굴은 또 뭔 소리야.’
외모를 평가하는 듯 한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경준은 말을 무시하고 그저 웃어 보였다.
“집중적으로 받고 싶은 부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신참이구나. 나이는?”
목욕 가운을 두르고 온 그녀는 딱딱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풋, 하고 비웃더니 자연스럽게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누웠다.
“23살입니다.”
“어깨하고 목 주위만 일단 해봐. 어차피 난 테스트용일 거 아냐.”
“네? 아... 네...”
마사지샵에 오고부턴 돈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방을 나가고 싶을 정도로 불쾌했다.
그렇지만 어쩌면 사회라는 곳은 이처럼 다 빡빡하고 불친절한 사람들만 모여 있는 곳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봤고 차라리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고 결심했다.
스스로 평가해도 서투른 티가 나곤 있지만 나름대로 수업시간에 배웠던 걸 토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어흐... 어흐... 자기 힘 좀 쓰는구나?”
은연중에 감정이 실리다 보니 경준은 핏줄이 터질 것 같이 강하게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경준이 듣기엔 그녀의 음성은 어딘가 다르게 들렸다.
아무리 많이 실습을 해봤어도 저런 리액션은 들은 적이 없었다.
신음소리에 가까운 힘이 풀린 음정에 순간 야릇한 기분까지 들었다.
“합격이라고 해줄게. 이제 그만해도 좋아.”
“예?”
십 분 남짓 주물렀을까 목을 좌우로 돌리며 일어난 여자는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합격을 통보해줬다.
“원래 이런 식인가요...?”
“뭐가?”
“합격 통보요...”
“풋. 귀엽기는. 여기 프로세스 잘 모르는구나? 하루 전에 테스트 마사지 받을 손님을 모집해. 이용료가 반값이거든.”
“아... 네. 그러면 이제 가봐도 되는 건가요?”
쭈뼛거리는 경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나가보라는 눈짓을 했다.
“잠깐.”
“네?”
“사장님한테 플러스 알파에 대해선 못 들었어?”
“듣긴 했는데...”
“그건 내 쪽에서 주는 돈이거든.”
그러고 보니 플러스 알파에 대해선 손님한테 하기 나름이라고 했던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이쯤해서 돌아가도 됐지만 받을 수도 있는 돈일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받고 싶어? 대신 마사지 좀 더 해줘야하는데.”
“원하는 부위 말씀해주시면...”
“그러면... 여기도 가능할까?”
그런데 그때였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가 목욕 가운을 벗었고 그 안에는 벌거벗은 몸이 경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물컹거리는 가슴을 주무르며 다가왔고 경준의 몸은 경직되어 보고만 있어야 했다.
자기도 모르게 성기가 변화하는 순간이었다.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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