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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하는 첫사랑? 난 없었다. 창문 너머의 그녀를 보기 전까진..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나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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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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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난 ‘로켓트’였다.

1999년 6월

“헉헉…”

남자의 가파른 숨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더니, 곧, 날카로운 여자의 신음이 울렸다.

“아아아… 아아아!!”

마치 산 위로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울음같이 여자도 절정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리고

“으… 윽….”

나 또한 힐끔힐끔 머리를 올려 창밖을 훔쳐보며 밑으로는 분주히 손을 움직였다. 그렇다. 창피한지 얘기할 수 있지만 난 자위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맞은편 빌라 창 너머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정사 장면을 보면서 말이다.

사실, 지금 같은 상황이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신음 소리를 듣게 된 것은 3주전의 일이었는데, 여름방학이 시작하고 딱 3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 후로 매주 목요일 오전10시면 어김없이 신음 소리가 들렸다.

“씨발년….”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고 창 너머로 남자의 등이 보였다. 남자는 여자의 목을 쥐어 잡으며 연신 엉덩이를 움직이고 있었는데, 남자의 움직임의 반경이 변할 때마다 침대 위에 엎드려 있는 여자의 등과 바닥에 꿇은 무릎, 그 위로 하얀 허벅지가 슬쩍 보였다. 후배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난 남자가 하도 욕을 하길래 뭔 사건이 터지는 줄 알고 잔뜩 긴장했었다. 하지만 일이 끝났을 때, 둘은 찐한 키스를 했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난 그 당시 ‘섹스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껏 여자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아앙!!”

교태 가득한 여자의 신음이 터졌고 여자는 몸을 돌아누웠다. 난 지금의 자세를 가장 좋아했다. (그들의 섹스 패턴은 거의 같았다.) 여자의 자세는 엎드린 자세에서 침대에 누운 자세로 변했다. 그렇다고 온전히 침대에 누운 것은 아니고 허벅지까지 침대에 닿아 있고 무릎이 굽힌 채, 발은 바닥에 닿은 상태다. 그 상태에서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는데, 남자는 어느새 삽입을 멈추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여자의 중심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남자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신이라도 영접한 표정이 아닐까 난 생각했다.

“보고 싶어?”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때, 여자의 얼굴이 가장 정확하게 보이는데, 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와… 씨발. 존나 섹시하네…’

섹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긴 타원형의 눈에 작은 코, 큰 입을 가진 여자였다. 또한 땀 때문인지 머리칼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는데 그 길고 꼬부라진 머리칼이 여간 섹시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때다.

여자는 오므리고 있던 다리를 아주 천천히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벅지 안쪽으로 몽글몽글 땀의 흔적이 늘어졌으며 애액으로 뭉친 음모가 군데군데 뭉쳐 산발을 했고 길게 갈라진 어두운 계곡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남자의 뒤통수에 가려져 계곡의 확연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저씨…. 머리 좀 치워요.’

난 속으로 애를 태우며 더욱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남자는 팔을 길게 뻗어 여자의 목을 잡으며 자신의 얼굴로 여자의 계곡을 틀어막았다. 마치, 산골짜기에 흐르는 샘물을 독차지하려는 심보인 것이다. 난 남자의 그 돼먹지 못한 심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난 아직 그렇게 목마르지 않은데…. 않은데…. ‘탁탁탁….’ 목마르지 않은 자였지만 난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흔들고 있구나….

“하…”

난 사정했다.

“으.. 아.. 아앙…. 흐응….”

“존나 맛있어….”

“퍽…퍽… 팍…”

하지만 창너머로는 아직도 거센 신음이 들리고 있었다.

난 졌다. 이 마저도 먼저 사정하고 만 것이다. 순간, 모든 것이 허망했다. 남의 사생활이나 엿보며 자위나 하고 있다니…. 물론, 사정 후에 찾아오는 허무함이 지금 내 감정을 지배하고 있기에 찾아온 죄책감일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지금 내 자신의 모습은 한심스러웠다.

나이 21살에 여자 한번 만나지 못했으니…. 남들 다하는 첫사랑? 난 없었다. 물론, 짝사랑이야 수도 없이 했고 자위도 수도 없이 했지만 말이다. 비참하지 않은가? 정말 처량한 청춘이다. 심지어 여름방학이 3주나 지났음에도 내 핸드폰은 한번도 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내겐 미래가 있었다. 적어도 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귀엽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었고 심지어 별명은 로켓이었다.

별명이 붙게 된 계기는 고1 체육 시간이었는데, 옆 반 친구한테 체육복을 빌려 입게 되면서 일은 시작되었다. 친구는 나보다 덩치가 한참 적은, 멸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놈이었다. 당연히 그놈의 체육복을 입으니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것처럼 체육복이 몸에 꽉 끼고 말았다. 그렇게 타이즈 같은 체육복을 입고 체육시간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교생실습이 나온 것이다.

교생은 검은색 체육복을 입고 있었는데 허벅지가 굵어체육복이타이즈처럼몸에꽉끼어있었다. 우리반 놈들은 교생의 모습에 침을 질질 흘렸고 나 또한 틀리지 않았다.

그 탄력 있는 허벅지와 글래머스러운 몸매에 검은 피부. 도대체 누가 침을 흘리지 않겠는가? 50대가 다 되어가던 체육선생님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으니…

뭐 아무튼 교생의 굴곡만 보고 있어도 아랫도리가 화끈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얼굴은 얼마나 동안이고 귀염상인지 몸매와는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가 더욱더 섹시함을 강조했고 어찌나 상상력을 자극하던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교생과 결혼하는 상상을 해버렸었다.

“오늘은 실습 나오신 교생 선생님이 수업할 거다. 그러니 여자 선생님이라고 까불지 말고 말 잘 듣고 따라오도록.”

체육 선생님이 우리에게 말하며, 교생 뒤쪽에 앉아 참관했는데, 체육 선생님의 자리선점은 거의 베르캄프급이었다. 그의 자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였고 당연지사겠지만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베르캄프마냥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교생 가선영입니다. 여러분 잘 부탁해요.”

교생은 말이 끝날 때 애교가 담긴 윙크를 했는데, 학급 전체가 쓰러질 기세였다.

“그럼 뜀틀 앞에 선수 번호대로 줄을 서주세요.”

교생은 우리가 뜀틀을 뛸 때마다 옆에 서서 조언을 하거나 뛰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뜀틀을 뛰었고 점점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난 최대한 멋지게 뜀틀을 뛰어야겠다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그렸는데 그게 화근이 된 건지, 생각하면 할수록 긴장하게 된 건지, 정작 내 차례가 왔을 때 난 실수하고 말았다. 뜀틀을 짚고 뛰려는 순간, 난 중심을 잃었고 바닥으로 쓰러지는데….

“너무 뻣뻣해요.”

교생이 내 허리춤을 낚아채며 말했다. 그 덕에 바닥에 쓰러지는 것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했다. 교생의 오른손이 허리보다 좀 더 밑으로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그 짧고 아주 작은 터치만으로도 내 거기는 폭발할 듯한 가속력을 냈고 결국 타이트한 체육복을 뚫어 버릴 기세로 그것이 솟구쳐 버렸다.

체육관은 정적이흐르다, 웃음바다가 되었고 교생도 어이없게 나를 쳐다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때, 묵묵히 앉아있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야 무슨 로켓트야?”

난 이 학창시절 내내 로켓이라는 별명을 안고 살았다. 하지만 난 창피하지도 싫지도 않았다. 솔직히 로켓트라는 별명이 자랑스러웠다.

그 시절 나는 믿었다. 대학생이 되면 내 로켓트가 불을 뿜을 거라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불을 뿜기는 했지만 그건 예열에 불가했다.

그때, 일주일 만에 전화기가 울렸다. 영원히 울리지 않을 것 같던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난 재빠르게 전화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뭐하냐?”

내심 기대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역시나 남자였다. 그것도 평범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내 친구 구학현.

“그냥 있지. 넌?”

“너 오늘 저녁에 시간 있냐?”

“왜?”

“미팅 건수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미팅?”

난 크게 놀라고 말았다. 내 평범한 인생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녀석이라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런 녀석이 미팅을 잡았다고?

‘이럴 수가 여름방학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난 도대체 언제 추월당한 거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난 받아들여야 했다. 내 삶에서 미팅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할 거야 말 거야?”

거들먹거리는 구학현의 목소리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운 쪽은 나 아닌가? 21살이 되도록 여자의 입술 한번 닿아 보지 못한 내 불쌍한 입술과 부드러운 살결 한번 만져 보지 못한 불쌍한 내 손. 단 1프로의 확률이라도 난 그들을 위해서 모든 걸 해야 했다.

“할게. 할게.”

‘너무 모양 빠졌나? 애원하는 말투였어....’

난 나의 조바심이 그에게까지 전달되지를 않길 바랬다.

“이 새끼 존나 하고 싶구나. 오케이 이 정도까지 애원하니... 이 몸이 널 선택해주지. 7시까지 신촌으로 와.”

‘아… 모조리 전달됐다.’

“고맙다. 정말 고맙습니다!”

난 구학현한테 감사의 인사를 연거푸 하면서도 속으로는 약속시간에 5분 정도 늦게 나갈

궁리를 했다. 그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5시 27분....’ 그렇다 난 일찍 왔다. 마지막 자존심이고 뭐고 모조리 벗어 던진 것이다. ‘혹여나 차가 막힐까? 길을 잃지 않을까? 화장실이 가고 싶어질까? 그래서 약속시간에 늦게 되고 나 대신 대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나와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온 선택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날 비켜간 뜨거운 여름이 모조리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짧은 치마와 배꼽티, 핫팬츠…. 거리를 울리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이곳의 여름은 나의 여름과 달리 후끈했다.

‘대단한 다리군. 우와 가슴이 저렇게나?’

그런 찌질 한 생각에 정신이 나가서였을까? 난 누군가가 내 코앞에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저기…”

낯선 목소리가 들렸고 그제서야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그녀는 날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 누구지?’

난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데….’

난 좀더 머리를 굴렸으나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나의 기억속에 분명 존재하긴 하는 것 같았지만 정확한 실체는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저요?”

“음… 맞네. 맞아. 로켓트?”

그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난 그제서야 그녀가 누군인지 기억났다. 바로 그 교생인 것이다. 그녀의 얼굴만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확실히 기억할 거라 생각했는데, 분명 선명하다 생각했는데, 그것 또한 오판이었다. 고작해야 까무잡잡한 피부가 하얗게 변했을 뿐인데, 난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앗! 교생선생님?”

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도대체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가? 내가 약속시간보다 빨리 나오지 않았다면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이 넓은 공간과 무수한 시간 속에서 우리의 동선과 시간에 미세한 어긋남이 있었다 해도 그녀와 난 만날 수 있었을까? 완벽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말그대로 완벽한 만남이었다. 아님, 여러 번의 미세한 어긋남의 반복 후, 이제야 만날 수 있었던 걸까?

“오~ 여기서 뭐해? 음….”

교생이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고 난 쓸데없는 생각을 멈췄다.

“대학생?”

“네… 선생님은요?”

“선생님은 무슨. 이제 다른 일 해. 선생이라는 직업이 영 나한테는 안 어울리더라고….”

그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웃음을 참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거기는 여전하고?”

겨우 말을 마치더니,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 난 그녀의 말에 부끄러운 감정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시절을 떠올리니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차오르기도 했다.

“아~ 진짜. 선생님…. 제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 얘기를….”

“오~ 이제 좀 컸다 이거 구나. 그리고 이제 선생님 아니니까 누나라고 불러.”

그녀가 어깨를 툭 치며 지갑을 뒤지는데,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단 그녀의 옷 차림새의 놀랐고 두 번째로는 몸매에 놀랐다. 골반이 넓고 엉덩이가 컸으며 허벅지가 두꺼웠다.

‘역시? 아직도 대단하시네…’

난 그녀의 몸매를 훔쳐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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