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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은 모두가 선망하는 매력적인 여자입니다. 그런 그녀가 왜. ˝여기서 계속 정대리 씨 기다렸다고 하면 믿을 겁니까?˝ 오 어머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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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나를 미치게 하는 여 팀장]

01> 오 나의 팀장님

“야, 정대리! 너 일을 이따위로 밖에 못 하냐?!”

“……죄, 죄송합니다.”

“어휴, 내가 어쩌다 너 같은 걸 만나서는!”

송 부장의 높은 언성에 사무실은 또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예, 이 모든 것은 다 저 때문이죠.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무능한 자식인지 몰랐답니다. 저는 조용히 송 부장이 제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발긴 서류들을 쓸어 모아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울면 안 되는데……. 자꾸만 코끝이 찡하고 매운 것이, 이러다 사무실에서 눈물을 쏟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속으로 몇 번이고 저를 다독인 것이 오히려 더 큰 자극이 되었는지 더욱 눈물이 왈칵 치솟습니다. 아이고, 진짜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저는 재빨리 화장실로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울어 버리기까지 하면 송 부장이 진심으로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누군가 제 어깨를 잡았습니다.

“정대리 사원. 어디 갑니까?”

아……. 팀 내 최고 에이스. 여린아 팀장님입니다. 아! 혹시 오해가 있으실까 봐 미리 밝혀두는 건데요. 저는 직급이 대리가 아니고 이름이 대리입니다. 성은 정이고요.

“그, 그게…화장실에….”

“앉으십시오.”

제 어깨를 잡은 팀장님의 손에 힘이 실렸습니다. 저는 조금 전까지 제가 울기 위해 뛰쳐나가려 했던 것도 잊고 고분고분 다시 앉았습니다. 여 팀장님의 매서운 눈초리가 우는 것조차 용납 못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는 팀장님의 손이 내 어깨에 여전히 올라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손은 뭐랄까, 여리고 가냘프면서도 의지가 굳건합니다. 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음.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기, 팀장님…….”

“이건 작년 타 회사에서 대박을 터트렸던 기획들에 대한 분석 보고서입니다. 이걸 참고하십시오.”

“네? 아, 네. 가, 감사합니다.”

여 팀장님은 나를 친히 앉혀 주고는 서류를 건넨 뒤 홀연히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정말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네요. 굳이 저를 위해 이 서류를 찾아 여기까지 와주시다니. 거기다 일개 사원인 제게도 언제나 깍듯이 존댓말을 쓰시는, 남자가 봐도 멋있는 여 팀장님.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새카만 생머리, 그리고 단정한 정장 속에 가려진 훌륭한 몸……크흠. 하여튼 그분은 말로 다 표현 못할 만큼 아름다워요. 게다가 그녀가 손을 댄 광고들은 하나같이 대박이 났었죠. 괜히 에이스가 아닙니다.

여 팀장님은 나의 이상향이자…제가 제일로 존경하는….

……예, 뭐. 그래요. 이만하면 다들 눈치챘겠지만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줄곧 여 팀장님을 몰래 마음에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워낙 다가가기 힘든 철벽녀인 데다, 일 얘기 외엔 통 입을 열지 않는 무뚝뚝한 스타일입니다. 차갑고, 냉정하고. 게다가 저런 능력자는 나 같은 찐따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없겠죠. 그 때문에 이렇게 멀리서 좋아하는 것만으로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자, 이제 슬슬 정리하고 나가자고. 오늘 회식인 거 잊지 않았지?”

으으……. 전 회식이 싫습니다. 어차피 회식이라 해도 여 팀장님도 안 가실 텐…….

“여 팀장, 뭐해. 오늘 여린아 팀장 때문에 하는 회식인데 주인공이 빠지면 안 되겠지?”

오. 그렇군요. 오늘 회식의 주인공이 바로 여린아 팀장님이었군요!

“하지만 부장님, 전 - .”

“잔말 말고 가자고. 내가 좋은데 예약했으니까.”

아니 저 사악한 인간! 감히 어디다 손을 대는 겁니까! 당장 여 팀장님의 어깨에서 손을 치우세요! 흠흠. 그래도 저 사악한 인간 덕에 언제나 불참하시던 팀장님까지 회식 자리에 가게 되었으니, 오늘 회식은 조금 즐거울 것 같습니다.

라고 생각했지만, 제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회식이네요. 송 부장님은 팀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이고, 저는 여전히 이 구역의 자랑스러운 아웃사이더로서 구석에 혼자 처박혀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연이라도 좋으니 단 한 번이라도 여 팀장님과 술잔을 기울여 볼 수만 있다면……소원이 없겠네요. 술도 고기도, 제게는 전부 다 맛이 없습니다.

“이제…그만…아. 저 화장실 좀…….”

어, 어어. 팀장님이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요? 얼굴이 꼭 토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가뜩이나 하얗고 창백한 얼굴이, 이젠 밀가루를 처바른 사람 같아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팀장님을, 저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저 하나 사라진다고 누가 찾을 것도 아니니까요.

“팀장님! 팀장님?”

이곳의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었습니다. 그걸 깨닫자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제가 오지 않았다면 팀장님이 누구에게든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었던 거 아닙니까?!

“우웩, 우윽!”

“팀장님?!”

저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곧장 뛰어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변기 앞에 엎어져 먹은 것을 확인하는 팀장님의 가냘픈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무…물….”

“네.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지체 없이 뛰어나가 홀의 냉장고에서 물을 한 병 꺼내 들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어휴, 제가 따라 나오길 잘했네요. 팀장님보다 술도 덜 마신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팀장님, 여기 물이요.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으…….”

사실 이렇게까지 팀장님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인지라, 저는 묘하게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항상 빈틈없이 완벽했던 그녀는 뭔가 다가가기 힘든 오로라를 뿜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제가 보살핌을 받는 팀장님을 보고 있자니, 제가 마치 중요하고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아, 여 팀장님…….

“팀장님, 정신이 좀 드세요?”

저는 간신히 팀장님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 순간 팀장님이 고개를 들어 사뭇 또랑또랑한 눈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휴, 술이 좀 깨셨나 봅니다.

“……아? 정대리 씨다. 대리 씨~”

……?

이건 무슨 상황인 거죠? 팀장님이 왜 나를 저렇게 환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불러주시는 걸까요?

“티, 팀장님……?”

“냐하~ 너무너무 귀여운 우리 대리 씨! 꺄! 대리 씨가 나 어깨동무해 줬어!”

마, 맙소사. 저는 너무 놀라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니까 팀장님의 정신이 돌아온 게 아니라, 완전히 취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던 것입니다. 얼음공주 여 팀장님의 주사가……천하의 둘도 없는 애교쟁이로 변신하는 거였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저는 멍청하게 두 눈만 깜빡였습니다. 아하. 주사가 이래서 팀장님이 그간 그토록 모두와의 회식을 피했던 것 같습니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아잉~ 팀장님 말고 린아라고 불러줘~ 앙! 린아 아스크림 먹고 싶다!”

흡…귀여워…!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저는 유명한 여자 아이돌이 TV에 나와 애교를 부려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무감한 남자입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차가운 미녀의 애교는……너무 치명적이네요.

심장에 무리가 오고 있습니다.

“그, 그, 그럼, 아, 아이스크림 사러 나가실래요?”

저는 제멋대로 날뛰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 팀장님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 정대리,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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