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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하나. [잘 키워주실 분 구합니다] 다른 내용 하나 없이 잘 키워주실 분 구합니다와 연락처만 있는 글, 호기심에 연락을 해보았는데… ˝저를 키워주시면 되세요.˝ 키워달라는 대상이 사람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둘 처음은 호기심, 시간이 지날 수록 두 여자의 유혹에 힘들어지는데.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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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회사에서 퇴근한 뒤, 나는 대출로 마련한 집으로 들어왔고, 불을 켜며 그 안을 바라보았다.

“...”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적막한 장소.

내가 켠 불로 인하여 집 안은 밝아졌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요한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원룸 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화되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욕심을 부렸고, 이내 대출을 통하여 집을 마련하였다.

물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사람 일이란 어찌 될지 모르기에, 집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전세 대출을 통해 원룸보다는 넓은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나는 내 발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안을 걸어 다니며, 옷을 벗은 뒤 속옷 차림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 뒤, 이내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어휴...”

나는 평소대로 집으로 돌아와 몸을 씻은 뒤, 개운해진 몸을 이끌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집으로 돌아와, 할 일이 없으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어가 재미있는 글이나 사진을 보곤 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퇴근 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글 제목을 발견했다.

[잘 키워주실 분 구합니다]

동물의 분양을 원하는 글인 듯 보였다.

“...”

퇴근할 때마다, 혼자 살고 있다는 외로움이 나를 괴롭혔다.

원룸에서 생활할 때에도 느꼈던 쓸쓸함이었지만, 집이 넓어지자 내 집의 빈 곳의 크기만큼 고독한 감정도 크게 느껴졌다.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이 외로움이 조금 더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가 출근해 있는 동안 그 강아지는 혼자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사리 반려견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 남아있을 반려동물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외로움 때문인지 그 글을 클릭했다.

“...”

그 글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물론 ‘잘 키워주실 분 구합니다.’라는 글과 연락처가 적혀있기는 했었지만, 정작 중요한 분양 동물에 관한 정보가 없었으므로 내용이 없다고 말해도 무방했다.

어떤 동물을 분양한다는 것인지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여기에서 물러나 평소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른 글들을 보며 시간을 때울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곳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연락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당 연락처는 휴대전화의 번호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채팅 어플의 아이디가 적혀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문자를 보냈다.

- 잘 키워 달라는 글 보고 연락드립니다.

- 네, 안녕하세요. 어디에 살고 계시나요?

상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빠르게 답장했다.

그런 상대에게, 나 역시 빠르게 답장을 돌려주었다.

나는 내가 사는 주소를 의심 없이 전부 적어 보낸 다음, 가장 중요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 어떤 동물인가요?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이었으면 좋겠네요.

내 답장을 본 상대방은 내가 보낸 주소를 읽고, 위치를 확인해본 듯한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다.

- 마침, 근처에 있었어요.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보낸 ‘어떤 동물인가요?’라는 내 질문에 대한 답도 빠르게 돌아왔다.

- 저를 키워주시면 되세요...

그 답장을 본 나는 잠시 멈추었다.

사람을 키워달라는 것인가?

대출로 마련한 집은 꽤 넓었지만, 혼자 살기에는 적적한 감이 있었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올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덜 외롭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상대방은 어떤 동물을 분양한다고 명시해놓지 않았기에 예상외로, 우리나라에서는 키울 수 없는 동물을 불법으로 키우고 있던 사람이 그 동물을 분양하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데려와 키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었다.

혹시, ‘저를 키워주시면 되세요.’라고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동물이 인간 말고는 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상대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징그러웠다.

결국 나는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대답을 들려주어야만 했다.

- 죄송해요,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 네, 좋은 밤 되세요.

상대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마치 가능성이 없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는 듯, 이야기를 멋대로 마무리 지었다.

그 행동이 약간 짜증 나기도 했지만, 행동을 보아하니 가출 청소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찝찝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상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 몇 살이니?

잘 생각해보면 반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대방은 가출 청소년이라고 멋대로 단정 지었던 터라,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상대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 24. 그쪽은 남성분이신가요? 아니면 여성분이신가요?

그 질문에,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 남자.

- 저도 남자예요.

상대는 자신의 신상도 밝혔다.

보아하니 청소년은 아닌 듯했다.

그렇다고 평범한 사람이, 자기 자신을 키워달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할 리는 없었다.

자신의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일까?

적어도 그 둘 중 하나는 정답일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그저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머무를 곳이 필요한 상태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 우리 집에 빈방이 있는데, 잠시 머무를래?

- 괜찮나요? 그럼 바로 갈게요.

내가 뭐 하는 사람인 줄 알고?

상대는 경계심이 너무 없었다.

그런 상대의 당당한 태도에 내가 위축되고 말았다.

이렇게나 당당하게 움직이는 것이, 마치 ‘한 건 잡았네.’라고 하며 계획하고 있던 범죄 행위를 실행하려는 나쁜 학생들로 보였다.

내 집으로 들어온 뒤, 다음 날 아침 내 물건을 들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 집 주소도 아무런 의심 없이, 맨 처음 전부 밝히고 말았었다.

그저, 이 남자아이가 다른 동료를 데려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내 집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 또다시 연락을 취했다.

- 정말 죄송합니다.

그것으로 시작된 문장 뒤에는 특정 PC방 이름과 위치가 알려져 있었고, 그곳으로 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이 있었다.

그리고는 돈이 없어 결제를 못 하고, 그 결과 PC방을 나올 수 없다는 말이 함께 적혀 있었다.

“...”

뭐 하는 녀석일까.

나는 이대로 모르는 척, 지금까지 연락한 모든 기록을 삭제하려고 했었지만, 어린 녀석이 무엇 때문에 PC방을 이용한 돈도 못 내고, 자신을 키워달라는 이런 안쓰러운 행동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기에 나는 옷을 차려입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

...

“...”

나는 그 남자아이가 말해준 PC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곤란해 보이는 남자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에요.”

그 대신, 곤란해 보이는 여자아이는 확실하게 보였다.

나쁜 짓은 하지 못할 듯 순하게 생기고, 양손을 곱게 모아놓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가녀린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돈이 없어서...”

돈이 없으면 이런 곳에 들어오면 안 되지.

그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곤란해하는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위해 여자아이의 돈을 대신 지불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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