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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로 위장해 친구 여친의 집에 침입했다. 잠들어 있던 고모의 옷을 벗기고 친구 여친까지 벗기는데... 껄떡거리는 청춘들의 밤의 헤프닝!

지독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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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제1장 어설픈 밤의 헤프닝

"......그나저나 저 냄비, 맛이 어떠냐? 먹을 만하냐?"

나는 머리를 들어 고층 아파트의 중간 쯤 되는 곳을 올려다보며 놈에게 물었다.

"먹기는 좆도. 아직 접수를 못했으니까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 아니냐? 하아~시발. 진짜 쪽 팔려 미치겠네."

스스로 한심스러워 죽겠다는 목소리로 놈이 대답했다. 쪽 팔리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야, 이 시발 놈아. 네 놈 때문에 이게 무슨 지랄이냐? 지금쯤 집에서 아리따운 누나들을 황제처럼 하나 씩 옆에 끼고 술 한 잔 빨고 있어야 할 몸이......."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누나들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안달이 나 있었다. 이 깊은 밤에 누나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미 누나의 예쁜 얼굴과 시원하게 쭉 빠진 몸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빨리 후다닥 집으로 달려가고 싶다.

내 볼멘 투정에 인철은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그네를 느릿느릿 흔들며 대답했다.

"미안하다. 일만 잘 되면 내가 한 턱 제대로 쏠게."

말과는 달리 놈의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자신도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조바심이 가득한 인철의 얼굴을 보니 그제야 나도 긴장감이 몰려오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괜히 일이 잘못 되면 우리 이렇게 되는 것 아니냐?"

나는 주먹을 쥔 두 손을 모아 놈에게 들이밀었다.

"인마! 우리가 지금 강도짓을 하러 가냐? 아니면 사람을 죽이러 가냐? 그냥 싸가지 없는 년 버릇 한 번 단단히 고쳐주러 가는 거야. 괜한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이따가 들어가면 그 여자한테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 그냥 겁만 잔뜩 주고 나오면 돼."

"알았다. 그런데 보미, 그 고모라는 여자, 어떻게 생겼냐? 예쁘냐?"

내 물음에 인철은 고개를 저었다.

"몰라. 나도 얼굴은 못 봤어. 보미한테 대충 들어보니까 생긴 게 꼭 말 대가리 같다고 하더라. 걔,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까 얼굴은 둘째 치고 성질이 아주 지랄 맞더라고. 하는 짓을 들어보면 그 여자가 정말 보미, 친 고모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야. 그 여자를 처리하지 않고서는 내가 보미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세상에! 요즘 같은 프리 시대에 귀가 시간이 밤 아홉 시가 뭐냐? 아무리 부모 노릇을 대신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지."

고모라는 여자가 조카한테 상당히 엄격한 모양이었다. 나는 인철의 애인인 보미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예쁘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몸만 따로 분류해 놓고 보면 얘기가 달랐다. 적당히 보기 좋은 몸매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가슴이었다.

언젠가 가게 문을 닫고 인철과 둘이서 술을 마시고 있는 그 자리에 합류해 처음 마주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젖가슴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던 거였다. 한 눈에 들어온 보미의 젖가슴이 주는 묵직함을 보고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

상체에 짝 달라붙은 타이트한 상의 밖으로 돌출된 젖통의 도드라진 윤곽에 한 마디로 뻑 가고 말았다. 여자들의 상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이럴진대, 그녀를 사랑하는 인철이 이 녀석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한 번 줄 듯 줄 듯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뒤로 내빼는 바람에 어지간히 애를 태우는 모양이었다.

"야! 종욱아!...... 와, 왔다!"

놈이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그네 위에서 솟구치듯 벌떡 일어섰다. 나는 인철에게 다가가 그가 보여주는 휴대 전화의 액정판을 들여다보았다. 보미가 보낸 액정판에 쓰인 문자 메시지는 간략했다.

[삼십 분 후에 들어와. 막 다루어도 좋으니까 제발 잘 하기나 해.]

놈의 머리가 허공위로 들려졌다. 나도 놈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한 오층 쯤 되려나. 단지 내에 우리가 있는 놀이터 맞은 편, 그리 높지 않은 곳에서 한 여자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미였다. 인철이가 마주 손을 흔들어주자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보미가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진 가슴이 쿵쿵거린다.

"말을 다시 맞추어보자."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인철이, 네가 고모를 맡는다는 거지? 나는 그저 옆에서 보미를 붙들고만 있으면 되는 거고."

"응."

놈이 결의에 찬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보미가 막 해도 좋다고 하니까 오늘 밤 아주 그냥 본때를 보여주자. 다시는 걔를 간섭하지 못하도록.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그래. 알았다."

삼십분은 금방 지나갔다.

"들어가자."

시간이 되자 인철이가 일어섰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겁나냐?"

놈이 뒤를 보며 내게 물었다.

"겁나기는. 시발. 우리가 무슨 대단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겁날 게 뭐가 있냐?"

나는 대범한척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보미 네 집으로 향하는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자 놈이 상의 안주머니에서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그, 그건 뭐냐?"

"새끼야. 보면 몰라. 마스크다. 마스크.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그 여자한테 얼굴이 공개되면 안 된다. 써라."

놈이 내게 건네준 마스크는 감기 걸렸을 때에 쓰는 코와 입을 가리는 아주 작은 마스크였다.

그런데 놈의 것은 내 거랑 달랐다. 놈이 쥐고 있던 것을 펼친 것은 범죄영화에서 은행을 털 때나 착용하는 커다란 복면마스크였다. 놈이 보란 듯이 그것을 뒤집어썼다.

"크크크. 이 새끼, 완전 강도가 따로 없네. 죽이게 어울린다."

머리부터 훌러덩 뒤집어 쓴 복면 마스크 때문에 눈과 입만 배꼼이 내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고 내가 웃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놈도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마스크 속에서 웃고 있는 듯했다.

"자아~이제 가자."

놈이 앞장을 섰다. 당황한 나는 인철의 팔목을 잡아 낚아챘다.

"왜 그래? 새끼야!"

"아놔. 이 시발, 돌대가리 같은 새끼! 야, 이 새끼야! 여기서부터 그걸 뒤집어쓰고 가면 어쩌나는 거냐? 병신아! 위로 올라간 다음에 집 앞에서 쓰면 되지, 지금 사방에 CCTV 카메라가 작동하는 것 안 보여? 일 저지르기도 전에 은팔찌 차고 싶냐?"

"그, 그러네. 막상 일을 치르려고 하니까 정신이 없다. 큭큭."

놈이 뒤집어썼던 마스크를 잽싸게 벗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시간은 자정을 이미 훌쩍 지나있었다. 나와 인철은 6층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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