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없인 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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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이거 실화냐?
대한민국 서울.
고층의 화려한 건물과 복잡한 교통체증부터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의 도시.
그러나 서울의 가장 외곽에 위치한 온수동은 상황이 약간…… 아니, 많이 다르다.
7호선 온수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야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 나타난다. 한적한 시골을 연상케 하는 그런……
오래된 건물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으며, 한가로움이 가득 묻어나는 지역이다.
뭐하나 내세울 만한 것은 없지만, 대신에 공기가 맑고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서 좋은 곳이기는 하다.
그런 온수동 외곽의 이름마저 촌스러운 ‘별장 빌라’의 4층.
“녀석아! 계속 누워만 있을 거야? 빨랑 안 일어나!”
짜증이 묻어나는 중년 여인의 음성에 의식이 천천히 깨어나고야 말았다.
“으으윽…….”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기지개를 켰다.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인가?
어머니의 날카로운 음성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이 벌써 2년째.
물론 제대하고서 처음에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아들? 우리 아들?’이라면서 날 깨우던 때도 있었다.
백수 생활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지금처럼 어머니의 목소리가 변한 거였다.
그래 5년째 놀고 있다는 얘기다.
‘씨앙!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이 다 내 뜻대로 될 줄 알았는데…….’
나오느니 한숨이요. 현실은 시궁창이다.
“한성아, 그만 자고 일어나라. 애비랑 밥 먹자.”
중저음의 묵직한 음성이 나의 고막과 심장을 두드린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고 언제나 그윽한 눈빛과 음성으로 날 대하시는 아버지.
다만, 여기서 더 비비고 있으면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건 현실이다.
“네! 일어났어요. 아버지.”
이불을 발로 대충 밀어내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더 누워 있다가는 아버지의 저 자상한 음성이, 반쯤 욕설로 뒤섞인 채 고함으로 변하면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거다.
대충 눈곱만 떼어 내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끼익!
물론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왠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마트폰이 주변에 없으면 허전한 느낌을 참기 어려우니까.
“그놈의 휴대폰은 아침부터 뭘 그렇게 들고 다니는 거니?”
의자를 끌어 식탁에 앉는 내 앞에 밥그릇을 놓아주시며 한마디 하시는 어머니.
“이력서 넣은 곳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습관처럼 대답해 드렸다.
당연히 개소리다.
현재 시각은 아침 6시 40분.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합격 여부를 알려 줄 정신 나간 회사는 없으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쳐드시지, 아들?”
역시나 반복적인 변명에 단련된 어머니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하긴……
가끔 알바나 하면서 시간만 죽여 댔으니 한심해 하시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
뽕! 탁, 타닥, 투르르르륵……
분위기 파악 못 하고서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을 터트리는 스마트폰.
“아들, 휴대폰 소리 바꾸라고 했어, 안 했어?”
어머니께서 의자에 앉으시고는 눈을 흘기신다.
이크!
위기 상황 2급 신호다.
나의 스마트폰 알림음은 맥주병을 따는 소리다.
병 따는 상큼한 소리와 병마개가 바닥에 튕겼다가 굴러가는 소리.
재미있겠다 싶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부모님들은 전혀 재미있어하지 않으신다.
“아들아, 돈도 못 버는 주제에 그렇게 술이 좋으냐?”
아버지께서 근엄한 얼굴로 비꼬신다.
제기랄……
이 타이밍에서 엉기면 아버지의 음성이 고음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간단히 말해서, 아버지의 도발에 넘어가면 엿 되는 거다.
“아하하하…… 바꿀게요. 아버지.”
재빨리 스마트폰을 터치해 무음 모드로 바꾸었다.
이 자리에서 알림음을 바꾸겠답시고 시끄럽게 멜로디를 찾았다가는, 밥풀 묻은 숟가락으로 눈탱이를 얻어맞을 확률 100%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자를 확인했다.
진짜 ‘빌어먹을’이다!
<‘Ero L’ 모바일 출시! 다운만 받아도 15만 원을 즉시 입금!>
낚였다!
이런 부지런한 자식들 같으니, 7시도 안 됐는데 스팸 문자질이라니……
“밥 먹자.”
“네! 아버지.”
아버지의 음성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대답했다.
잠시 문자를 확인하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이제부턴 평화다!
음식을 먹을 땐 말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아버지의 철학 때문.
최소한 밥 먹을 때만큼은 욕먹을 일이 없다.
다만, 조용히 음식만 먹으려니 심심하다는 게 조금 문제다. 그러나 언제나 늘 그렇듯,
“여보, 뉴스 좀 봅시다.”
아버지는 아침에 뉴스를 보시는 게 일과다.
오래된 부부의 생활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삶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
틱!
띠리리링~
아버지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앞치마에서 리모콘을 꺼내 버튼을 누르시는 어머니.
[다음 뉴스입니다. 젊은이들의 발기부전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심재운 기자?]
뉴스 꼬라지 봐라.
어지간히 뉴스 꺼리가 없는 모양이다. 요즘 애들 존슨이 꼴리지 않는 게 방송으로 나올 일이냐?
기가 막혔지만……
“큰일이로구나.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로 심각한데 말이다.”
아버지는 내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으신다는 거.
어떤 뉴스가 나와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분이다.
“그러게요.”
답은 정해져 있다.
방금 한 말 이외에 다른 얘기를 했다가는 대화가 길어진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결말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나의 취업문제에서부터 시작해 결혼문제로 끝맺음하게 될 터다.
끔찍한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고다.
“흐음…….”
나이스!
아버지께서 헛기침하셨으니, 다시 뉴스에 집중하실 게 뻔하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시선을 TV에 돌리셨다.
‘……골 때리네.’
뉴스가 점점 더 가관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 남자의 정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나?
망할!
정자가 줄어드는 게 뭐 어때서?
난 지금 아주아주 꽉꽉 찼거든?
써먹을 데(?)도 없는 판에 정자 수가 줄어들면 좀 어때서?
[심재운 기자, 어째서 젊은이들이 발기부전에 시달리는 걸까요? 정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어째서입니까? 밝혀진 원인이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
와……
아나운서 멘탈 보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지하게 소화할 수 있다니…… 과연 아나운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화면이 바뀌어 심재운 기자가 나타났다.
[전자파에 심각할 정도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면서…… ]
저 봐라!
또 저런다.
결국은 또 게임 탓이다.
왜 저렇게 게임업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지 모르겠다.
연쇄 살인범이나 강간범들이 등장할 때마다 써먹더니, 이제는 정자 수가 줄어드는 것까지 게임 탓이냐?
이거…… 어째 분위기가 수상하다.
“아들아, 혹시 아직도 게임 같은 걸 하는 건 아니겠지?”
부드러운 아버지의 음성.
역시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제가 한두 살 먹은 앱니까? 스마트폰이나 붙들고 게임이나 하게요? 취업 준비하기도 바쁩니다.”
“그래야지.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사람 구실 하고 사는 거다. 아들아.”
“……네, 아버지.”
이쯤에선 최대한 애처로운 얼굴로 대답해야만 진정성(?) 있게 보이는 법이다.
군대에 가기 전, 게임에 젖어 살았던 전적이 있으니까.
아버지께서 잠시 눈을 맞추시고는 젓가락을 움직이신다.
통했다!
점점 연기력이 늘고 있다.
연기자도 울고 갈, 연기 실력이다. 생존형 연기라 절실할 수밖에 없으니까.
비련의 여 주인공 역할이라면 나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씨앙……
안타깝게도 난 남자였지?
이번 기회에 확 결정해 버려?
자랑은 아니지만, 어머니를 닮아서 제법 잘생긴 축에 드는 나다.
다만 남자답게 생겼다기보다는 여자처럼 곱상하게 생겼다는 게 ‘옥에 티’라는 거?
군대에서도 장기자랑에 나가 여자 아이돌 흉내 냈다가, 하마터면 술 취한 사단장한테 똥꼬를 헌납할 뻔하기도 했……
제기랄!
더러운 걸 떠올리고 말았어!
아무튼,
연예계 기획사에서 일하는 친구놈도 걸핏하면 하는 말이 있다. 존슨 제거 수술받고 연예계 데뷔하는 게 어떠냐고 진담인 듯 농담처럼 그렇게 말이다.
이렇게 백수로 지내느니, 진짜로 떼고(?) 데뷔해 버려?
…… 관두자.
가뜩이나 좆도 아닌 놈인데, 좆도 없는 놈까지 되면 그것도 우습다.
막말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아들, 아들!”
“아? 네, 엄마!”
“징그럽게 엄마가 뭐야, 엄마가! 밥상머리에서 딴생각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네, 엄마.”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엄마’라고 대답해야 한다.
말씀은 저렇게 하셔도 ‘어머니’라고 부르면 늙은 것 같아서 싫으시다나?
어머니의 말씀이 맞다.
밥 먹을 땐 딴생각하는 거 아니다.
그렇게 눈치를 팍팍 받으면서 전쟁 같은 아침 식사가 끝이 났다.
평일 아침이라는 거.
가풍(家風) 때문에 쓸데없이 부지런해진 백수에겐 끔찍한 시간이다.
놀아줄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까.
쳇!
또 혼나기 전에 스마트폰 알림음부터 바꿔두어야겠다.
“뭐냐, 이것들은…….”
스마트폰을 활성화하다가 질리고 말았다.
무려 10개나 게임 푸쉬가 쌓여 있었다. 그것도 똑같은 게임의 푸쉬.
Ero L?
뭐 이따위 작명 센스가 있어? LOL 짝퉁이냐?
어떻게 이런 제목으로 출시된 게임이 우리나라에 서비스될 수 있지?
“으음…….”
문자를 지우려다가 잠시 갈등하고 말았다.
15만 원을 즉시 입금해 준다는 낚시성 글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애매한 액수다.
허무맹랑한 금액도 그렇다고 ‘우웃!’이라면서 놀라 자빠질 금액도 아니다.
문제는 백수인 내겐 꽤 매력적인 액수라는 점?
‘훗! 그것도 진짜 받을 수 있을 때의 얘기지.’
문자의 내용이 길었는지, 중간에 끊어져 ‘모두 보기’라는 버튼이 있었다.
호기심에 버튼을 터치하자,
“와아…… 미쳤네. 미쳤어.”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야 말았다.
알몸의 여자가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밑에는 아슬아슬한 팬티만 입고 있는데, 둔덕 부분이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거뭇거뭇한 거기의 털이 저절로 상상 되는……
이런 걸 막 보내면 심의에 걸리는 거 아니었나?
왠지 또 이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게임의 제목도 그렇고 이 야시시한 그림은 또 뭐란 말인가!
돈보다도 섹시발랄한 여자의 사진에 호기심이 동하고 말았다. 무슨 게임인지 구경이나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엄지로 화면을 터치했다.
도톰하게 강조된 여자의 사타구니를 누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일 뿐이다.
순간,
까똑!
“…….”
돈이……
입금되었다?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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