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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도 못 뗀 모태솔로 진욱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날, 우연히 발견한 교회로 자기도 모르게 향하게 되는데....

군부대 앞 박커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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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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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모태솔로

“연락이... 없네...”

퀴퀴한 남자 냄새만이 가득한 내 보금자리에 누운 나는 애꿎은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방금 전 내 나름 옷을 차려입은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나고 왔었다.

처음에는 만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상대방과 말이 잘 통했기 때문일까. 성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오프라인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였고, 오늘 얼굴을 확인하고 왔다.

좁은 원룸이었기에 침대 위가 아니면 딱히 누워서 쉴 공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난 푹신하면서도 홀아비 냄새나는 그곳에서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렸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 있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은 건가?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잘 들어가셨나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상대방은 답장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녀의 답장이 늦어질수록 내 머릿속은 점점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그녀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접속했다.

그러고는 그녀의 아이디로 연락하여 답장이 없을 시, 그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볼 생각이었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주변의 카페에 들어갔거나, 혹은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그녀와의 연락을 재촉했다.

...

어쩌면 상대가 나를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이런 행동을 한 것일지도 모르지...

“어?”

어쨌든, 그 멍청한 행동이 오늘은 내게 도움이 되었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쪽지를 보내려는 순간, 나와 항상 즐겁게 대화하던 상대의 아이디가 삭제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

너무하잖아!

그 정도야?

싫으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친구처럼 지내면 되지, 아이디를 삭제해가면서까지 피할 정도야?

그녀는 나와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이미 커뮤니티에서도 아이디를 지운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한 행동이 이거라니...

날 얼마나 싫어하는 거야.

흑역사처럼, 미래에 다시 이 상황을 떠올렸을 때 쓰라릴 추억이 하나 더 생기고 말았다.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은, 아마 내 연락처를 차단해 놓아 문자조차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겠지.

“하아...”

모태솔로 특유의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번에는 말을 더듬다가 횡설수설하거나... 손을 떨 거나... 잘 웃지 못하거나... 말 더듬는 것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 침묵을 길게 유지한 것 정도밖에 없는데...

이번 만남도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커뮤니티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 때문에 아이디를 지운 것과 동시에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이 꺾인 나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듯 잡으며 소리쳤다.

“아아아! 진짜? 나 진짜로 서른 살까지 동정인 거야?!”

물론 그녀와 만나는 것이 섹스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나와 잘 맞는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여자를 사귀어보고 싶었다.

28년 동안 여자를 사귀어보지 못했기에, 딱 한 번만이라도 사귀어보고 싶었다. 그것도 군대에 가기 전에...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집착하지 않았었다.

언젠가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매일 사랑하면서 지내겠지...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생기겠지... 하며 막연하게 생각해 왔었다.

그러다 나는 집안 사정으로 휴학을 거듭하다 28살이 되었고 군대에 입대하는 것이 정해졌다.

즉, 군대 가기 전에 언젠가는 여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막연했던 꿈이 처량한 현실에 부딪힐 일만 남게 되었다.

심지어 이대로 군대에 들어가면 서른 살까지 동정이라는 것이 확정이었다.

군대 내에서 동정 딱지를 뗀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거뭇거뭇한 남자들만이 있는 곳에서 동정을 떼는 상황은 내가 싫다. 내가 거절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것만은 사양이다.

나는 제대 후 서른 살이 되어 여자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과연 그 시기에 조건을 보지 않으면서 달콤한 사랑을 해줄 여성이 존재할까?

그 나이가 되어서 막 군대를 제대하고 아무것도 없는 나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수록, 나는 더욱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걱정이 쌓여만 가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스마트폰을 켜 소개팅 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처럼 사랑하고 싶은데 주변에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디를 지워가면서까지 나를 피한 여성에게서 받은 아픔을 지우기 위해 앱을 실행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몇 분 지나지 않아 여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

“...”

사기였다.

앱에서 나에게 연락을 준 여성이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여 택시까지 타고 목적지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하면서도 뻔한 낚시.

어떤 여자가 얼굴도 모르고 위험할 수도 있는 사람과 단둘이 술을 먹고 싶어 하겠는가.

그럼에도 이런 기회라도 잡고 싶은 난, 보기 좋게 낚이고 말았다.

나는 택시까지 타고 멀리 왔기 때문인지 곧바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주변의 카페에 들어가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음료를 마시기로 결정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카페에 앉아 주문했던 음료를 홀짝이던 나는,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것인지 결국 카페 내부에서 눈을 돌려가며 여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책을 펼쳐놓고 과제를 하는 듯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집중해서 책을 보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예쁘고 다소곳한 이미지.

그런 아름다움에 끌린 것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접근해 입을 열었다.

“저, 그... 죄송한데...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 네?”

여성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역시, 신분을 알지도 못하는 남성이 이렇게 접근하면 수상할 수밖에 없지.

그녀의 당황스러운 표정에 나 역시 당황하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럼 이만...”

“잠깐만요.”

그런 나를 여성이 불러 세웠다.

그러고는 다소곳한 외모답게 조곤조곤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번호를 물어본 사람이 처음이라서 조금 당황했어요.”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 어리숙함이 웃기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었다.

그 웃음이 얼마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웃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하더니 여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엄청 많이 긴장하신 것 같은데...”

그녀는 맞은편에 놓은 자신의 책을 치워주더니, 나에게 앉으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서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겁 많으시면서 어떻게 저에게 번호를 물어보셨어요?”

“그, 너무 예쁘셔서... 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사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많이 떨리는데...”

그녀는 목이 타는 듯 자신의 음료를 한 모금 홀짝인 뒤 말했다.

“저 연애 경험 별로 없거든요. 혹시 그쪽은...?”

“저, 전 모쏠이에요.”

그러고 보니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말 이후 침묵이 길어졌었던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별로 없어요.’라고 말할 걸이라며 후회한 나에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래요?”

나의 쓸데없는 말을 들은 그녀는 담담하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하셔서 그런가? 되게 순수해 보여요.”

“...”

눈앞의 그녀는 나에게 다시 웃어주었다.

그녀와 가까이 있기 때문인지 향기로운 섬유 유연제의 좋은 향기가 내 코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좋은 냄새.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그녀는 이후 그 냄새와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말을 해주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처음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전 순수한 사람이 좋아요.”

“그, 그래요?”

“네. 심지어 용기 내셔서 저에게 다가와 주셨잖아요? 그 점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이내 내가 있는 앞으로 고개를 내밀어 다가오며 말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대학생이세요?”

“이름은 한진욱입니다. 지금은 휴학 중이고 곧 군대 가요.”

그렇게 난 그녀와 헤어졌다.

사귀지 않았으니 헤어졌다는 말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카페에서 만난 뒤 헤어진 것은 맞으니 헤어진 건 헤어진 거다.

당연한 결과였다.

곧 입대할 사람과 사귈 이유가 없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고 남성을 너무 좋아하게 된 여자라면 그가 전역할 때까지 기다려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카페에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였기에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생판 모르는 남을 전역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

얼마 뒤 나는 그 누구와도 사귀지 못한 채 훈련소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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