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수영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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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하지 마시고, 최대한 머리를 물속에 깊게 넣어주셔야 해요.”
“자, 조금만 더 깊...게..”
고급 아파트 단지 ∥스포츠 센터∥
성인기초 파트 수영 강습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그녀.
『이름 : 김미나 . 나이 : 29 . 직업 : 수영강사』
나름 잘 나가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수영선수 출신 쌤이다.
“푸아압.. 하아. 하아..”
꼴깍 넘어가 버릴 듯, 거친 숨을 크게 몰아쉬며 미나 앞에서 연신 헐떡대는 아줌마는 동네 수영모임 회원이었다.
“하아. 하아.. 자기야 나 아무래도 잠수는 좀 아닌 것 같아. 그냥 바로 진도 나가면 안 될까?”
“많이 힘드세요?”
“으응, 그렇다니까. 사실 내가 나이도 좀 있고.. 뭐, 언제 이런 걸 해 봤어야지.”
엄살일까.
아닐 것이다.
“그냥, 나도 저기 아줌마들처럼 노 젓는 거 하고 싶어 미나 쌤. 응?”
“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수영선수를 꿈꿀 것도 아니고.
적당히 물 위에 뜨기만 해도 어쩌면 최고의 성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회원님. 간단하게 속성으로 진행해볼까요?”
“으응!”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 덕분에, 적당히 강습을 진행해도 누가 나서서 미나 나무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듯했다.
“좋아요, 그럼 제 손부터 잡아 보시겠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큰 노력 없이도, 훌륭한 결과를 내기 원한다.
그게 사람이다.
손을 잡아주니, 아주 가볍게 물 위에 뜨는 그녀였다.
미나가 뒤로 천천히 걸을 때마다 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며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미나 쌤은 남자친구 있어?”
여유가 생겼는지 아줌마들의 전형적인 수다가 이어졌다.
“저요? 전, 아직..”
“왜? 미나 쌤처럼 젊고 예쁜 여자가.”
“훗, 모르죠. 아직 인연이 없는 건지.”
“남자들이 눈이 죄다 삐었네, 나 같으면 벌써 채갔을 텐데 말이야.”
여자들이 쉽게 던지는 멘트 중 하나였다.
항상 그런 식이더라.
“에이, 뭘요.”
그녀의 말에 무관심. 슬쩍 웃어 보이며 대답을 넘기는 미나였다.
가볍게.
사실, 미나에게 남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끔 썸을 타는 정도는 언제든 있어왔다. 아쉽게도 그런 썸들이 뜨거운 연인관계로 발전되거나 하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솔직히 체대를 나온 여자들 대체적으로 피지컬이 평균 이상은 된다. 보통의 남자들이 작고 귀여운 여자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편이라면 단연 체대 여자들은 인기가 적어야 할 것이 분명하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제복을 입은 여자들. 또는 권위가 있는 직업을 가진 여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매력은 남자들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처럼,
남자들도 때때론 여자들에게 의지하고 싶은 욕구가 충분히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 예전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샐럽 들이 꽤 많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그게 바로 웨이트를 조금 과하게 훈련하는 여자들이다. 탄력적인 몸매 라인을 만들어내고, 빵빵한 볼륨감을 마치 옷처럼 자신에게 꽉꽉 입히고들 있다. 그런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체대 여자들은 매우 강력한 어필이 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의 외모는 꽤 적절했다.
165센티에 키. 체중은 48킬로를 넘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에 담긴 그녀의 표정이었다. 예뻤고, 특별했다. 왜냐면 그녀의 양쪽 뺨 위엔 웃을 때만 나타나는 작은 인디언 보조개가 언제든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물 위에 뜨는 건, 어느 정도 느낌 오시죠? 숨을 참기만 한다고 꼭 부력이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아, 그래?”
“네. 먼저 몸에 힘을 거의 빼 주시고, 숨을 들이마셨을 때 공기가 폐 속에 가득 차면서 자연스럽게 물 위로 올라가시는 거예요.”
“어머, 이거 되게 신기하다. 솔직히 아까까지는 이걸 계속할까 말까 고민했었거든.”
“훗, 처음엔 다 그래요.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뭘.”
미나는, 이번 달 《친절점수》 만점을 기록했다.
늘 상냥한 말투. 언제나 나긋한 표정으로 진심을 다해 회원들을 대한다.
당연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미나 쌤,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모르겠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무슨 이야기를 또 하려고. 수다쟁이.
“뭔데요?”
“내가 창피스러워서 어디에다가 이야기도 못 한다니까?”
꽤, 심각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줄 수 있겠어?”
잡은 손을 놓으면 물에 빠질까 염려했을까. 꼭 잡은 그녀의 양손에 상당한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네, 말씀하세요.”
“비밀 지켜줘야 해?”
다시 한번, 내게 약속을 받아내는 그녀였다.
갑작스러운 일이다.
‘내가 당신하고 뭘 알고 지낸다고, 그리고 우리가 알면 얼마나 알았다고.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가 더 잘 아는데...’
미나가 만만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늘 웃고 다니니까. 항상 친절하니까. 하지만 그런 모습들은 이럴 때 써먹으라고 한 게 아니었다. 편한 게 좋았던 거겠지. 좋으니까 편한 건 아니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채우고 있을 즈음,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내가 요즘 갱년기라 그런지, 남편이랑 그거 할 때 자꾸 아래가 아프더라고.”
“네?”
설마 했는데, 역시였다.
대부분의 여자들 고민이라는 게. 더군다나 그 나이 때 걱정이라는 게.
조금 멈칫하긴 했지만, 고작 해봐야 [거기서 거기였을 거]라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미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왜 그런가, 인터넷으로 찾아도 보고 물어도 봤지.”
“아아, 네.”
“그런데, 정말 그런 쪽으로 박사들이 엄청 많더라고. 완전 논문 수준까지 있더라니까?”
“아아, 네.”
[네네.] 밖에는 따로 할 말도 없었다.
스물일곱 된 나이라고 해봐야 고작, 남자 한둘 사귀어본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고민은 사실 의학적으로 접근을 해야 맞는 것이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미나 에게 물어본다고 뚜렷한 답이 나올 리 만무했다.
“그래서 짜증 나.”
갑자기 먹먹해지는 그녀였다.
“왜요?”
“나랑 딱 떨어지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어.”
“아, 그러셨구나.”
그녀의 이야기에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대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미나 쌤은 어때?”
“뭐가..요?”
갑자기 어떠냐고? 말에 앞뒤가 없었다.
솔직히 잘 모른다고 말해버리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이런 일상적인 대화마저도 어디까지나 강습에 일부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저는.. 그냥..”
미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 사실, 내 증상은 조금 달라서 그래.”
“어떻게요?”
“솔직히 남편이랑 할 때 아픈 이유는, 아래에서 물이 안 나와서 그런 거 같더라고. 그러니까 당연히 뻑뻑하고 닿을 때마다 삐걱거리니까 아플 수밖에 없는 거겠지.”
“네에..”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내가 평소 좋아하는 배우가 하나 있거든?”
“누구..요?”
“있어, 완전 상 남자.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남자가 자꾸만 섹시해 보인다는 거지.”
자기 고민을 꽤나 진지하게 털어놓다 말고, 갑자기 웬 배우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고민에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는 걸 곧 알게 되었다.
“젖더라고.”
“네?”
“젖는다고. 거기.”
서두 없는 이 이야기를 나름 깔끔하게 정리해 보자면 대략 이렇다.
남편과 하는 관계에서는 거기가 아플 정도로 몸이 반응하지 않아 매우 불편함을 느끼지만, 유명 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그곳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
그게 바로 핵심이었다.
“아...”
솔직히 미나는 스무 살을 막 넘기고, 그즈음 평소 호감을 가졌던 대학 선배와 술에 취해 겪어본 경험이 전부였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게 그녀의 첫 경험이었다. 물론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저 기분에 취해 그날부터가 1일이라고 믿었던 자신이 괴롭도록 원망스러웠다. 그 이유로 땅을 치고, 후회를 반년이나 넘도록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소중한 순결을 술에. 착각에. 미친 게 분명했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남자를 웬만해선 잘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미나였다.
“나 이제 어떡해, 남편이랑은 다시는 못할 것 같아.”
“정말, 그렇겠네요. 마음 안 좋으시겠다.”
걱정해주는 것.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
그것이 미나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괜히 자기 의견 따위, 철학 따위를 섣불리 던질 수는 없다. 괜히 그랬다가 던진 말이 독이 되어 소용돌이처럼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미나는 대답하기 곤란할 때가 오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반전이었다.
여자에게서 슬퍼하는 표정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차츰 밝아지는 음흉한 미소가 조금씩 입 끝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나, 요즘 그 남자 나오는 드라마 보면서 그거 해.”
“네?”
“아무도 없는 방에서,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서 그 남자랑 같이하는 상상을 해. 그 넓은 어깨로 내 배 위로 올라와 미친 듯이 짐승처럼 날 탐닉해주는..”
강렬한 고백이었다.
덕분에 미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여자는 아마도 제정신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의 표정.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리곤 여자가 내게 물었다.
“자기도 그거 해? 자위.”
- 다음글12시에 다시 만나요 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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