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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입고 갈 거야?˝ 그는 불안해 보였다. 아내가 동창회에 간다는 것을 알고 한 말이다. 마치,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처럼.

아내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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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프롤로그

본문

“어으, 추워...”

이제 막 퇴근을 시작하여 막히기 시작한 도로에서는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들려왔고, 재현은 그 소리와 함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

그는 무심코 자신의 앞에서 걷고 있는 한 가족을 빤히 바라보았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들의 아이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을 바라보며, 재현은, 그들이 앞으로 가족과 함께 오붓한 저녁을 보내러 간다고 멋대로 추측하였다.

재현의 눈에, 두 남자아이는 초등학생으로 보였고, 그중에서도 더욱 어려 보이는 한 아이가 신이 난 듯 자신의 가족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며 뛰어다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과 한참을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던 재현은 이내 어지럽다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가 아닌, 두 손으로 종이를 꼬옥 쥐고 자신의 어머니 옆에서 나란히 걷는 남자아이에게로 눈을 돌렸다.

“...”

재현의 눈에 비친 그 아이는, 마치 소중한 물건을 집까지 안전하게 들고 가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현은 그 가족들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며 아이들을 빤히 바라보았고, 재현 역시 자신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저 아이들의 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는, 장난기가 심해 보이는 동생이 자신의 형에게 다가가 그 종이를 빼앗아 드는 것을 목격했다.

“어? 야!”

“이힛! 따라오면 손에서 놓아버린다!”

당황한 듯 보이는 형은, 자신의 동생이 한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떨리는 자신의 손을 부여잡으며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얘! 형한테 그러는 거 아냐!”

자신의 어머니에게 혼이 난 동생은 시무룩한 기색도 없이, 또다시 장난치고 싶어 하는 말썽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 어? 손이~”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쳐버렸다는 듯 자연스레 손의 힘을 풀었고, 그 순간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

형은 동생의 손에서 날아가 버린 종이를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재현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멀리 날아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듯 생각했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향해 남자아이가 다가가자 누군가가 일부러 약을 올리듯, 그 종이는 바람을 타고 하수구 구멍 사이로 쏘옥 빨려 들어갔다.

순간, 그 남자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고, 동생은 애초에 자신이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이 아니었기에 미련이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그저 하염없이 울고 있는 자신의 형을 바라볼 뿐이었다.

동생은 형이 소중하게 여기는 듯 보이는 종이를 버려버린 뒤, 그 후에 일어날 형의 슬픔이나 분위기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는 듯, 뻘쭘하게 자신의 어머니 뒤로 숨어 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듯 다른 주제를 꺼내어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

재현은 자신과 아내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었더라면, 그리고 자신들이 이 상황을 맞이했었다면, 이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재현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눈치채며 고개를 휘저었다.

“...”

재현은 그들의 뒤에서 걷고 있다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멈추어 있는 그들의 부모를 이내 추월하고는 계속해서 집을 향해 걸었다.

...

“어서 와, 피곤하지? 밖에 많이 추웠어?”

집으로 돌아온 재현은, 코끝으로 마늘이 볶아지는 고소한 향이 집안 가득 풍겨오는 것을 맡았다.

그리고 그는 신발을 벗은 뒤 아내가 있는 부엌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내의 질문에 그는 괜히 춥다는 대답을 들려주면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고, 재현은 밖에서 자신이 느낀 감각과는 반대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별로 안 추워.”

“... 그래?”

그의 아내, 은채는 요리를 하던 손을 멈추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재현의 뺨을 그녀의 손바닥으로 감쌌다.

“차가운데?”

재현은 양볼 한가득 따뜻하게 전해지는,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아내의 손길을 느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십 년 동안 함께 지냈음에도 아직까지 서로에게 이렇게 달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에 대한 그녀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녀는 항상 무엇을 하든 재현을 우선시했고,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위해 무엇을 하면 재현을 기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벤트를 준비했었다.

은채는 명백한 재현의 잘못에서도 그녀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사과했었고, 그 결과 재현도 그녀의 성격을 닮아가듯 그녀를 먼저 생각하며 은채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었다.

“잠시만~ 요리 타겠다.”

이대로 계속 그녀의 사랑을 느끼려는 그에게, 은채는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래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재현은 요리를 다시 시작한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재현은 그녀의 뒤로 바짝 다가섰고, 이내 자신보다 작은 은채의 몸을 뒤에서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고 있었다는 듯 차분하게 요리를 계속 진행했고, 재현이 아직까지도 그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 듯, 기분 좋게 피식하며 웃음 지을 뿐이었다.

“하아... 하아...”

재현은 회사에서 돌아와 씻지도 않은 채, 은채의 뒤에서 그녀의 몸을 끌어안으며 천천히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이내 그의 얼굴은 그녀의 긴 머릿결 뒤로 숨겨져 보이지 않는 목덜미로 이동했고, 그대로 은채의 머릿결 속으로 얼굴을 박듯 들이밀었다.

집안 가득 마늘이 볶이는 고소한 향이 향긋하게 퍼져있었지만, 그 고소한 향도 지금의 그에게는 방해가 되었다.

재현의 코는, 은채의 목에서 나오는 달콤한 그녀만의 체취를 삼키고 싶어 했고, 고소한 요리의 향이 그의 코에 느껴질 때마다 방해된다는 듯 더욱 그녀의 목 가까이 그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흐읍... 하아...”

은채의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목덜미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지만, 재현은 그 사이로 자신의 얼굴을 넣고서는 이내 그녀의 체취가 가장 진하게 나는 그녀의 귀 뒷부분을 향해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과 그녀의 귀 뒷부분 사이로 은채의 가느다란 머리카락들이 함께 짓눌렸다.

은채의 목덜미에서는 이내 수많은 입맞춤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간지럽다는 듯 어깨를 움츠리며 잠시 하던 요리를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단단해진 성기가 은채의 배를 꾸욱 찌르고 있었고, 은채 역시 브래지어 속 유두가 발기한 듯 딱딱해져 있었지만,

“잠시만 기다려~”

라며, 그녀는 가녀린 손가락을 들고서는 재현의 콧등 위를 살며시 톡 하며 건드렸다.

그녀의 방금 전 행동은, 예전부터 그가 너무 흥분한 듯 보일 때,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그녀가 자주 했던 행동이었다.

은채 역시 그의 행동 때문에 흥분하고 말았지만, 지금은 요리 중이라 위험하다며 그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고, 그는 마침 오늘 퇴근길에 보았던 남자아이들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퇴근길에 남자아이 둘이 있는 가족을 봤었는데...”

“...”

은채는 입을 꾸욱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뒤로 재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이... 가지고 싶어?”

“...”

그의 질문에 은채는 가만히 서 있을 뿐, 빠르게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재현과 은채 사이에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은채가 말을 피하는 듯 보여, 불임의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불임의 원인은 재현에게 있었다.

남편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에게, 재현이 상처받거나 회피하고 싶어 할 대화 주제인 임신에 대해서는, 은채 역시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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